대한민국 월드컵 16강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분야는?
[이성주의 건강편지]
수많은 사람이 공석에선 “할 수 있다”고 외치면서도, 뒷전에선 “16강 진출은 몽상”이라고 했습니다. 팀 색깔이 없다, 감독 경쟁력이 약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기껏해야 가나와 무승부가 최선일 것이라고 했는데, 가나에겐 석패했지만, 우승을 넘겨본 우루과이와는 비기더니 H조 최강 포르투갈을 꺾었습니다.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뛰었던, 태극호의 선수 한 명 한 명이 승자였고, 스포츠 정신으로 조국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해 우리 팀을 16강에 오르게 이끈 벤투 코치팀도 승자였습니다.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영하의 추위에서도 뜨겁게 우리 팀을 응원한 팬들 역시 승자였습니다.
그러나, 16강에 어울리지 않는 분야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의 스포츠 보도 분야입니다. 언론들은 한 점쟁이가 결과를 맞혔다고 앞다퉈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유투버에 속아 상대편 감독이 하지도 않은 말을 보도했습니다. 한 언론은 한국의 16강 진출을 보도한 일본 언론에서 반한감정을 표출하는 한 줄 댓글을 기어코 찾아내 반일감정을 부추겼습니다.
‘인간 문어’ 보도도 많은 것을 생각게 합니다. 우리 언론은 영국 BBC의 축구 해설가 크리스 셔튼의 승부 예측을 중계하다시피 했습니다. 셔튼은 1990년대 중반 앨런 시어러와 투톱으로 활약하며 지금은 2부리그로 떨어진 블랙번에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안겨준 장신 스트라이커였습니다. 그는 첼시, 셀틱, 버밍엄시티, 아스톤빌라 등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해 1년의 링컨시티 감독을 거쳐 축구 분석가 및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엄정하게 시시비비를 따졌고, 때로는 독설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선수와 팀에 대한 엄청난 분석과 연구가 뒷받침됐기에 10여 년 동안 축구 전문 분석가 및 방송인으로서 명성을 쌓을 수가 있었겠지요. 이번에 비교적 정확히 각 팀의 성적을 맞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각 팀의 상황과 선수들을 편견 없이 철저히 분석한 결과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쟁적으로 중계하는 언론은 대한민국 언론들 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 미디어는 스스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없어, 외국 언론을 베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듯합니다. 우리 언론은 보통 사람이 무릎을 치고 볼만한 분석 대신 베끼기, 받아쓰기에 열중하면서도 자신이 곪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합니다.
스포츠 중계에서도 ‘우리편, 이겨라’가 주류이고 ‘전문가의 목소리’가 드뭅니다. 이영표 전 강원FC 대표가 전문 해설자의 냄새를 풍기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더군요. 우리 중계에서는 국가 대표팀이 억울하게 졌을 때 심판이나 상대편 비난 외에는 비판이 없습니다. 특히 국내 경기에서는 심판 판정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스포츠 지의 뉴스는 창피한 수준입니다. 맞춤법, 어법 틀리는 것은 예사이고 등극, 오열 등의 어려운 한자어를 쓰지 않아야 할 때 쓰면서 국어를 망칩니다. 내용도 웬만한 스포츠 애호가의 수준보다 떨어집니다. 이런 것이 월드컵 때 그대로 드러나는 듯합니다.
언론이 당장 바뀌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월드컵 16강을 이룬 선수들과 팬들의 수준은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부터라도 국내의 전문 분석가를 편견 없이 발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도하면 언론과 방송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겠지요.
물론, 축구 공은 둥글기 때문에 승부 예측은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분석과 예측은 경기를 즐기는 눈을 밝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시청자나 독자는 ‘정답’이 아니라 그런 ‘멋진 의견’을 바랄 겁니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 방송과 언론도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은 너무 이른 지적일까요, 아직 브라질과의 16강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BTS 정국이 카타르 국민가수 파하드 알쿠바이시와 함께 부른 ‘Dreamers’ 준비했습니다. 중동에서 열린 첫 겨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가수가 개막식을 빛낸 것,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BTS 참 대단하고, 대한민국도 참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