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음식'은 없다?...건강하게 먹어야 하는 이유
면역력, 의학 용어 아냐...대중적 관점에선 '음식'과 상관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감염병을 예방하거나 감염 시 위중증 및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으려면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면역력을 높인다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이 주목받는다. 과연 이런 음식은 있는걸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면역력'의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면역력은 의학계와 과학계의 공식 용어가 아니다. '면역'이라는 전문 용어는 있다.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를 체내 세포와 구분해 대항한다는 의미다.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하는 건 혈액을 구성하는 한 성분인 '백혈구'다. 백혈구만으로 부족할 땐 단백질이 가담하는데, 이게 바로 '항체'다. 백혈구에 속하는 T세포가 침입자 외형을 살펴 표적으로 삼을 '표면항원'을 찾고 이를 B세포에 전달하면 B세포가 해당 항원을 공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든다. 항체가 항원에 붙어 성공적으로 공격하면 침입자는 사멸한다.
우리 몸은 이후 침입자 정보를 기억한다. 다시 침입하면 곧바로 퇴치할 수 있는 '총'을 장전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면역이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백신 접종은 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약화하거나 사멸화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항원을 인체에 집어넣어 항체가 형성되도록 만들어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재빨리 장전한 총알을 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면역은 우리 몸을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조건 높여야 하는 건 아니다. 과도한 면역반응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경험하는 '알레르기'도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일어난다. 몸에 들어온 외부물질이 병원체가 아님에도 과민 반응하는 상태다. 음식이나 약물, 동물 털, 꽃가루, 고무 등에 면역체계가 민감하게 반응해 염증,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등을 일으킨다. 심하면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나 숨쉬기 어렵고 혈압이 올라가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해 면역을 무조건 높여야 한다는 개념은 없다는 뜻이다. 면역은 높여야 하는 게 아니라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백혈구, 항체, 항원 등의 반응에 의해 형성되는 만큼 음식에 의해 향상되는 것 역시 아니다.
그렇다면 면역력을 높인다는 말은 쓸 수 없을까?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의약품으로 이미 감염병 통제가 가능했을 것이다.
보편적인 의미에서 '면역력'에 대한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면역력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이다.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전반적으로 건강이 향상된다. 이게 일반적으로 의미의 면역력 향상이다. 건강하게 먹으면 몸에 필요한 영양분과 에너지를 채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체력이 향상되고 질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특정한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이려고 하기 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버드대 연구에 의하면 비타민D, 오메가-3는 자가면역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예일대 연구에서는 소금 섭취가 자가면역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한 연구에서는 서구화된 식문화가 면역체계를 망가뜨리며 이를 개선하려면 식이섬유 섭취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탕, 트랜스지방 섭취가 면역체계를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들 연구 내용을 종합하면 설탕, 소금, 트랜스지방 등의 섭취는 줄이고 식이섬유, 비타민, 오메가-3 등의 섭취는 늘려야 한다. 특정한 식품으로 면역력을 관리한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건강한 식단을 유지했을 때 면역체계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