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후 ‘허탈’은 OK, ‘비관’은 상담 필요한 이유

시험 잘 봐도 심적 변화 일어나...계절성 우울장애 영향도

지난 10월 18일 2023학년도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마음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허탈하고 무기력하거나 낙담 혹은 비관 상태에 이르는 학생들이 있다. 시험 후 부정적인 심경 변화가 일어났다면, 어떠한 상태일 때 전문가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시험 후 흔하게 나타나는 심적 변화는 ‘허탈’, ‘허무’, ‘무기력감’ 등이다. 시험이 끝나면 긴장이 해소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오히려 기운이 없고 공허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시험 점수가 잘 나온 학생들에게도 나타난다.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완 교수는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목표했던 일 또는 매진했던 큰일이 끝나고 나면 허탈함, 허무함이 몰려올 수 있다”며 “내가 그동안 무엇 때문에 공부를 했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을 잘 봐도 이런 감정이 찾아올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라며 “왜 이렇게 허무하지라고 계속 생각하는 것보다 누구나 이런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생을 살면서 처음 느끼는 인생무상(인생의 덧없음)일 수 있다는 것. 그동안 대학입시 하나만 목표로 달려왔는데 막상 원하는 성적을 얻고 나니 삶의 목표가 사라지고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시험이 끝나고 허탈해서 하루 종일 잠을 자는 등 일상에서 벗어난 행동이 며칠 정도 이어질 수 있다”며 “생활리듬이 흐트러질 정도로 일탈의 상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시험 성적에 대한 낙담이나 비관이다.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럴 땐 보호자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시험을 못 본 스트레스는 당사자가 가장 크기 때문에 가족들이 시험 결과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거나 비난하거나 침체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우울해하거나 잠을 못 자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문제가 생긴 신호로 봐야 한다”며 “평상시보다 짜증이나 화를 많이 내는 모습을 며칠간 보일 수도 있는데 이게 몇 주간 이어진다면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전문가 평가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보통 정신의학에서는 1~2주 정도의 유의미한 우울이나 불안 등의 증상이 이어질 때 점검을 해보도록 권유한다. 이 기간 이상 부정적인 상태가 이어지면 마음을 추스르도록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 될 땐 전문가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보호자는 아이가 인생을 좀 더 길게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김 교수는 “지금 경험한 것들이 인생 전반에서 사소한 것일 수 있고,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인생이 다르게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계절성 우울장애’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니 바깥활동과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겨울에는 일조량이 줄면서 멜라토닌, 세로토닌 분비량에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유도하게 된다. 일조시간이 짧은 북유럽에서 ‘빛 치료’를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햇볕이 있는 편이니 낮 시간에 햇빛을 받는 것이 좋다”며 “겨울에는 여름과 달리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우울한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자주 움직이고 운동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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