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겪은 에릭센, 월드컵 맹활약...심장 제세동기 덕분?
기적적인 부활의 원동력
22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덴마크-튀니지의 D조 1차전. 이날 덴마크축구대표팀의 주장 크리스티안 에릭센(30)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해 심장이 멈추는 사고를 겪었던 에릭센이 성냥갑 크기의 심장 제세동기를 품은 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거리인 12.5㎞를 뛰며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에릭센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경기 도중 심정지를 겪었다. 에릭센은 당시를 회고하면서 “5분 동안 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날 경기장에 있던 의료진의 빠른 심폐 소생술에 이은 병원 이송이 에릭센을 살렸다”고 말했다.
생명은 건졌지만 선수 생활은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에릭센은 삽입형(이식형) 심장 제세동기 덕분에 올해 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해 기적 같은 부활을 알렸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에릭센은 제세동기를 장착한 채 뛰고 있는 최고의 축구스타’라고 평한다.
삽입형 제세동기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심정지 발생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이식된다. 이 장치는 심장에 전류를 흘려보내 위험 발생 시 심전도를 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에릭센은 심장병과 관련한 가족력이 없었으며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심장 검사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심정지를 겪었다.
최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의사들은 제세동기를 이식한 사람들은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미국 의과학자들이 4년 동안 제세동기를 장착한 440명의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제세동기가 작동에 실패한 경우가 한 건도 없었으며 대상자 중 합병증을 앓거나 사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단, 대상자의 10분의 1은 운동을 하는 동안 제세동기에서 자극을 받았는데 이는 심정지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정지는 심장이 수축하지 않아 혈액 공급이 완전히 멎은 상태이며 심장 마비는 심장의 일부로 가는 혈류가 갑자기 차단되고, 심장 근육의 일부가 괴사될 때 발생한다. 의사는 심장 마비를 가리키기 위해 심근경색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심정지의 주요 원인으로는 심장병, 심장 염증, 유전성 심장병 등이 꼽힌다. 운동은 심장 건강에 좋지만 너무 강도가 센 격렬한 운동은 기저 심장병이 있는 운동선수에게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으로 영국 프로축구 볼턴 원더러스에서 뛰던 파브리스 무암바(34)는 2012년 3월 경기 중 심정지로 쓰러져 78분 동안 심장 박동이 멈추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그는 완전히 회복했지만 선수 생활을 중단해야 했다. 또 카메룬 출신의 축구스타 마르크-비비앙 푀는 2003년 6월 콜롬비아와의 국가대표팀 경기 도중 심정지를 겪어 28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삽입 형 제세동기는 무엇?
삽입 형 제세동기(ICD·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는 위험한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작은 장치다. ICD는 우리 몸속에 이식돼 심실 빈맥과 심실 세동과 같은 비정상적인 부정맥이 발생하면 전기 자극을 줘 정상 리듬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ICD는 본체와 유도 전극선으로 구성된다. 본체는 티타늄으로 만들고, 배터리, 초소형 컴퓨터와 전기 회로로 이뤄져 있다. ICD는 피부 아래, 일반적으로 쇄골 바로 아래 부위에 넣는다. 장착에는 1~3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