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망원인 1위 심혈관병…2위는?
‘각종 감염’이 2위…분류 기준에 따라 순위 변동 발생
전 세계적으로 세균(박테리아) 등 각종 감염이 심혈관병(관상동맥병과 뇌졸중)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 등 국제 연구팀은 2019년 각종 감염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약 1370만명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특히 주요 세균 33종(11개 감염성 증후군)으로 인해 숨진 사람은 약 770만명으로 추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전 세계에서 공중보건 문제로 약 5540만명이 숨졌다. 그 중 약 890만명이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관상동맥병(허혈성심장병)으로, 약 600만명이 뇌졸중(뇌경색과 뇌출혈)으로 각각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병으로 모두 1490만명이 숨진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19년 11월 이후 2022년 11월초 현재까지 약 3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6억2900만명이 코로나로 확진돼 약 650만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워싱턴대 보건지표평가연구소 크리스토퍼 머레이 소장은 "이 새로운 데이터는 처음으로 세균 감염으로 인한 전 세계 공중보건 문제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에는 전 세계에서 수천명이 참여했다. 머레이 소장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치명적인 각종 병원체를 심층 조사하고 적절한 투자로 사망자 및 감염자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19년 '세계 질병상해 위험요인 부담 연구(GBD)' 방법을 사용해 세균 33종에 의한 사망을 조사, 분석했다. 분석에는 세계 204개 국가 및 영토에서 일반적인 세균성 병원균과 11개 유형의 감염으로 숨진 사례가 포함됐다. 연구 결과 공중보건 문제로 숨진 세계의 전체 사망자(5540만명) 8명 중 1명꼴이 각종 세균에 감염돼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요 세균 33종 가운데 5종(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폐렴 연쇄구균, 폐렴간균, 녹농균)으로 숨진 사람이 세균 감염에 의한 전체 사망자의 54.9%를 차지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패혈증, 폐렴, 수막염 등을 일으킨다. 녹농균은 면역이 결핍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호흡기·소화기 등 각종 기관과 화상 부위, 상처 등에 기회주의적 감염을 일으킨다.
WHO 공식 자료를 보면 2019년 주요 사망 원인은 1위 관상동맥병, 2위 뇌졸중에 이어 3위 만성폐쇄성폐질환(약 350만명), 4위 폐렴 등 하기도감염(약 260만명), 5위 신생아질환(200만명), 6위 호흡기암·폐암(약 180만명), 7위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약 180만명), 8위 설사병(약 150만명), 9위 당뇨병(약 150만명), 10위 콩팥병(신장병, 약 130만명) 등이다.
앞서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2019년 약 1000만명이 암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암을 비롯한 어떤 병을 WHO의 ‘공중보건 문제’에 포함시키거나 사망 원인을 묶거나 나누는 등 분류 기준을 달리하면 사망 원인의 순위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세계의 가난한 지역과 부유한 지역 사이에 세균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230명이, 서유럽·북미·호주 등 초고소득 지역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52명이 각각 세군 감염으로 숨졌다. 연구팀은 항생제 과다 사용을 경고하고, 새로운 백신 개발 등을 위한 자금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손을 깨끗이 씻는 게 각종 감염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Global mortality associated with 33 bacterial pathogens in 2019: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9)는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