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0만명 숨져…조용한 팬데믹 '항생제 내성'
"처방 받은 약 함부로 끊어선 안돼"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쓰이는 약이다. 항생제를 투약했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항생제 내성' 탓일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해 계속 증식할 수 있는 상태다. 이는 항상제 오남용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복용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매년 11월 18일부터 일주일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이다. 항생제 내성은 코로나19처럼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조용한 팬데믹'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다. 매년 전 세계 약 120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한다.
질병관리청은 이날을 맞아 "증상이 없어도 처방 받은 항생제는 끝까지 복용하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항생제 처방은 신중하게 받되, 일단 처방 받았다면 복약안내에 따라 정확하게 끝까지 먹어야 한다는 것. 증상이 사라졌다고 마음대로 복용을 멈추면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은 세균이 다시 활동을 하면서 치료기간이 더욱 길어지고 어려워진다.
세균은 항생제에 노출됐을 때 살아남기 위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형질을 선택한다. 이 같은 내성 유전자를 가진 세균이 확산되면서 점점 항생제가 통하지 않게 된다. 세균 감염질환에 대한 치료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이 11일 발간한 '2021 국가 항균제 내성균 조사 연보'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내성률이 감소했고,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 내성률은 증가했다. MRSA의 2021년 내성률은 전년 대비 2.2%p 줄어든 45.2%, CRE 중 하나인 CRKP(카바페넴 내성 폐렴막대균)는 2.8%p 증가한 6.8%, CRPA(카바페넴 내성 녹농균)는 3.4%p 증가한 36.9%다.
항생제가 개발된 이후 세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서 그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함께 투여해도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감염질환들이 있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으려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들이 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인 만큼, 바이러스 감염에는 통하지 않는다. 감기, 독감, 코로나19 등에 감염됐을 때 항생제 처방을 받아선 안 된다. 세균 감염으로 항생제 처방을 받았을 땐 정확한 용량, 일수 등을 지켜야 한다. 공복 시 복용해야 하는 항생제가 있고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하는 항생제도 있으니 처방 받을 때 복용 방법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지도를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