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를 적으로 착각하는 간질환, 유전적 원인 찾았다
카스파제-10과의 연관성 확인... "새 치료제 개발 위한 나침반될 것"
자가면역 간질환인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의 유전적 요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경아 교수,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김락균·도소희 교수, 진단검사의학교실 신새암 교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박상훈 교수팀이 PBC와 '카스파제-10(caspase-10)' 간의 관계를 규명했다.
자가면역 간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자신의 간세포를 병원체로 판단해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이 중 PBC는 문맥(피를 간으로 나르는 정맥) 내 염증, 담관 손상이 만성화돼 간세포가 파괴되고 간경병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다. 발병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감염이나 화학물질 등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PBC가 발병하는 유전적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매 4명이 모두 PBC 진단을 받은 가계를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자매 모두에게서 카스파제-10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또 다른 PBC 환자 62명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반인 대비 10배 높은 빈도의 카스파제-10 변이가 관찰됐다.
카스파제-10이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다. 연구팀은 카스파제-10이 PBC 발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카스파제-10을 제거한 세포주와 카스파제-10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카스파제-8을 제거한 세포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카스파제-8과 달리 카스파제-10은 대식세포로 분화된 뒤 염증성 세포사멸 과정을 강하게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카스파제-10 유전자가 제거된 대식세포에서는 간 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다는 점이 관찰됐다. PBC 치료 약제인 우르소데옥시콜산과 오베티콜릭산은 이 같은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김락균 교수는 "대식세포에서 카스파제-10 기능에 결합이 생기면 PBC 발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약제에 치료 반응이 없는 PBC 환자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자가면역저널(Journal of Autoimmunit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