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적 항바이러스제 치료로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위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CMV라는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질병이다. 바이러스 감염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항체 양성률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선 70~90%, 우리나라 성인에선 97~98%가 감염됐다고 추정할 정도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속하는 CMV는 인간에서 흔한 바이러스 감염 중 하나로,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고 위생환경이 낙후한 경우 감염율이 더 높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연령이 많을수록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CMV는 체액이나 타액, 이식된 장기 등에 의해 전파되며 환자의 나이, 면역상태 등에 따라 무증상에서부터 가벼운 발열을 동반한 감염성 단핵구증 유사 증상, 폐렴과 같은 치명적인 전신감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한번 감염되면 평생 우리 몸의 세포에 잠복 감염 상태로 있게 되며, 면역억제제 복용과 같이 면역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재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임상 증상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장기이식 환자엔 치명적...감염률 낮아지는 10·20대 위험성

CMV가 가장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하는 경우는 바로 장기이식 환자에서다. 특히 신장이식 환자 전체의 60~90%에서 합병증이 보고될 정도다. 심장질환, 생체 거부반응, 이식 장기의 손실 등을 유발해 높은 확률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이식 장기의 기능 저하를 비롯해 당뇨병, 장기 생존율 감소 등에 영향을 준다.

문제는 인구 집단 내 CMV 감염이 광범위하기에 장기이식 과정에서 잠복감염 상태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신장이식 공여자의 95% 이상이 CMV에 잠복 감염된 상태로 추정한다. CMV 감염률이 낮아지는 젊은 층에선 앞으로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적으론 중등도 위험군 이상의 장기이식 환자에게 3~6개월간 약물을 투여해 CMV 감염 자체를 예방(예방치료)하도록 권장한다. 감염을 확인한 다음 약물을 투여해 감염 후 질환 유발을 막는 방법(감염치료 혹은 선제적 치료)보다 효과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률 변화추이.
[자료=Pediatr Infect Vaccine. 2018 Dec;25(3):123-131 Changes in Cytomegalovirus Seroprevalence in Korea for 21 Years:a Single Center Study]
국내에선 약제비 문제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고위험군 일부에만 제한해 예방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에선 권장 기간보다 짧게 예방치료를 진행하거나 급여 적용 약물을 활용해 우회하기도 한다.

NECA, 국내 첫 실태분석..."감염 위험 62%·생존율"

이런 탓에 국내 장기이식 환자에 대한 CMV 예방치료 실태와 임상 효과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NECA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4~2020년 신장 이식 환자 2,760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결과 중등도 이상의 위험을 가진 환자(전체의 98.3%) 중 예방치료를 시행한 경우는 17.4%(481명)에 그쳤으며 평균 12.64주 동안 치료받았다.

4주 이상 예방치료를 받은 환자군(전체의 14.8%)의 CMV 감염 위험도는 미치료군 대비 62%나 낮아졌다. 감염률이 100인년(person-years)당 5.29명에 그친 반면, 미치료군은 100인년당 10.97명이었다. 추가로 이식 장기 거부반응과 사망위험 역시 낮아지면서 생존율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비용 측면에선 예방치료와 감염 치료의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감염 치료보다 예방치료 비용이 낮거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해외 연구도 다수였다는 점에서다. 감염 치료의 경우 개입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CMV 감염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진해야 하는 데다, 치료 개입과 종료 시점에 대한 기준도 정립되지 않아 치료 사례별 약제비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경희대학교 병원 신장내과 정경환 교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고민정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가 향후 국내 진료지침 기반 마련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현행 고위험군에만 적용하는 급여 기준을 중등도 위험군까지 확대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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