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충동 느껴"…응급실 찾는 미국 미성년자 크게 늘어
2016~2017년 대비 2019년~2021년 59% 증가
자살 충동을 느껴 병원 응급실을 찾은 미국 미성년자의 수가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증가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발생하기 1년 전인 2019년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소아과학(Pediatrics)》에 발표된 미국 시카고 지역 의료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팬데믹의 영향은 10대와 어린이의 자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끌었다. 지난 6월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아이들의 우울증, 불안, 자살 생각의 증가율을 “전대미문의 정신 건강 위기”라고 불렀다.
연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병원 응급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2016년 1월~2021년 6월까지 응급실에서 자살로 도움을 요청한 5~19세 미성년자의 의료기록이었다. 해당 기간 동안 자살로 코딩된 이들의 응급실 방문은 8만1051건이었다. 그중 약 4분의 1이 병원 입원으로 전환됐다.
연구 결과 자살 충동에 의한 미성년자의 응급실 방문은 2016~17년 대비 2019-21년에 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충동이 주된 진단인 경우는 34.6%에서 44.3%로 증가했다. 특히 2019년 가을~2020년 가을 자살충동으로 인한 입원은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제1저자인 시카고 앤 & 로버트 H 루리 아동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인 오드리 브루어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팬데믹 이전에 이미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보여 준다”라고 밝혔다. 그는 “불과 다섯 살 된 아이도 자살충동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방문한 경우도 봤다”면서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모두 응급실을 찾는 것은 아니기에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리노이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라디소아병원(Rady Children's Hospital)의 니콜라스 홉스 부원장은 건강 관리 시스템에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 건강 위기를 겪는 미성년자가 지난 9년간 하루 1, 2명이었으나 이제는 하루 20명 이상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미국 서부지역 최대 규모인 이 소아병원의 정신 및 행동건강 부서를 현재보다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디소아병원은 운이 좋은 경우다. 다른 지역의 소아병원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2020년 미국 연방정부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를 위한 침상 수는 2012년에 비해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병상 부족은 실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건강 유병률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2019년 미국 고등학생 3명 중 1명꼴, 그 중에는 전체 여학생의 절반이 지속적인 절망감과 우울감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2009년에 비해 40%가 증가한 것이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 중이라는 학생은 36%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왜 자살충동을 느껴 응급실을 찾는 미성년자가 늘어나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자살충동을 느껴 병원에 입원한 많은 아이들은 불안감, 우울증, 약물 복용과 같은 다른 정신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고 브루어 박사는 밝혔다. 그는 가난과 소외, 개인사적 트라우마, 학교생활의 스트레스, 온라인 괴롭힘, 소셜 미디어에 의해 초래된 압박과 건강에 대한 걱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publications.aap.org/pediatrics/article/doi/10.1542/peds.2022-056793/189943/Trends-in-Suicidal-Ideation-Related-Emergency)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