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 후 ‘이것’ 쌓이면…만성 심부전 일으켜
철분 축적→지방조직 형성, 만성 심부전의 50%…동물실험서 확인
만성 심부전이 심장마비(심근경색) 후 철분이 심장에 쌓여 발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인디애나대 등 국제 연구팀은 심장마비 이후 생존자의 약 50%는 철분의 축적(침착)에 따른 지방조직이 생겨 만성 심부전에 걸리는 것으로 동물실험 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지나치게 많이 쌓여 있는 철분을 없애는 약물(철분 킬레이트)이 만성 심부전의 일부 증상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심부전은 심장에 이상이 생겨 혈액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발생하는 병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심장마비는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피떡(혈전)이 가로막을 때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100만 명이 심장마비를 겪는다. 심장마비 환자는 내과·외과적 재관류 치료로 막힌 동맥을 다시 열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심장마비를 일으킨 환자의 약 50%는 만성 심부전에 걸리고 5년 이내에 숨진다. 심장마비는 만성적인 철분 축적과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의 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심장마비를 일으킨 부위에 지방이 쌓이고 이 때문에 심장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심장마비를 일으킨 ‘흉터’ 주변에 지방이 어떻게 쌓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심장마비와 재관류에 관한 동물(강아지) 모델을 이용했다. 연구팀은 6개월 동안 심장 자기공명영상(MRI), 현미경 평가, 웨스턴 블롯 분석(단백질을 분리하고 식별하는 방법) 등으로 개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심장 마비 후 심장 근육에 출혈을 보인 개의 심장에 쌓인 철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높아진 철분 수치는 심장마비 후 3일에서 6개월까지 거의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심장마비의 특징 중 하나인 지방 축적이 철분 축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시간대 의대 로널드 그리프카 교수(소아심장)는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작은 동맥 중 하나인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마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관상동맥은 콜레스테롤 축적과 작은 피떡으로 막힌다.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심장으로 흐르는 혈류를 줄여 이 부위의 심장 근육에 타박상을 일으킨다. 이는 팔이나 다리 근육에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타박상으로 생긴 흉터는 근육 내부에 있는 적혈구의 작은 집합이다. 타박상이 다 나으면 그 적혈구가 분해돼 근육에 작은 철분 침전물(찌꺼기)이 남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산타모니카 세인트존스 헬스센터의 리처드 라이트 박사(심장전문의)는 “만성 심부전 환자는 심장 세포에 철분이 결핍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철분이 부족하면 심부전 상태가 악화된다”고 말했다. 이런 환자에게는 철분을 없애는 약물이 오히려 해로울 것이라고 리처드 박사는 주의를 환기시켰다. 철분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물론, 사람에 대한 임상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위스콘신대 의대, LA의 시너스-시나이 메디컬센터, 영국 웨스턴온타리오대 의대 등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Intramyocardial hemorrhage drives fatty degeneration of infarcted myocardium)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고 영국 건강매체 ‘메디컬뉴스 투데이’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