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공기 마시면…폐 외에 ‘이것’도 망가져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만성 콩팥병 위험 높여
나쁜 공기를 마시면 만성 콩팥병(신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화중과기대 연구팀이 초미세먼지 등 4대 대기오염 물질과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 유전적 위험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다. 4대 대기오염 물질은 초미세먼지(PM2.5 : 지름 2.5㎛ 이하먼지), 미세먼지(PM10 : 지름 10㎛ 이하 먼지), 이산화질소(NO2), 질소산화물(NOx) 등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는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 대한 연구를 벌였으나, 이번엔 유럽의 코호트(동일집단)에서 대규모 연구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영국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40~69세 50만명 가운데 콩팥병에 걸린 적이 없고, 대기오염 물질 노출에 대한 완전한 데이터가 있는 45만여명을 선택한 뒤 11.7년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 가운데 26만여명의 기본 특성이 유전적 위험 관련 분석에 포함됐다.
이 기간 중 참가자 가운데 16637명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받았다. 이들 환자는 나이가 상대적으로 더 많고, 교육 및 경제적 수준이 더 낮고, 비만이고, 당화혈색소(Hb A1c) 수치가 더 높고, 남성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 결과,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가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만성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13~20% 더 높았다. 콩팥 기능이 유전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되면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콩팥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낮은 사람은 미세먼지(PM10)에 더 취약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여러 ‘교란 요인(Confounder)’을 감안해 조정한 뒤에는 콩팥 기능에 대한 ‘유전적 위험점수(GRS : Genetic Risk Score)’가 낮은 사람은 만성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GRS가 중간인 사람보다 약 13%, GRS가 높은 사람보다는 약 2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콩팥 기능에 대한 GRS는 유전적으로 만성 콩팥병에 얼마나 잘 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조정된 ‘교란 요인’에는 연령, 성별, 학력, 신체활동, 흡연 및 음주 여부, 체질량지수(BMI), 수축기 혈압, 나쁜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당화혈색소 등이 포함됐다.
만성 콩팥병은 전 세계 인구의 8~16%에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 고혈압 외에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노출이 만성 콩팥병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새로운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호흡으로 몸 안에 들어온 대기오염 물질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산화 스트레스와 죽상 동맥경화증을 통해 콩팥을 망가뜨릴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은 폐암 유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이 만성폐쇄성폐질환, 폐기종 등에 걸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거주 기간이 관련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한 주소지에서 3년 이상 살았던 사람만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이들은 영국의 평가센터 22곳에서 각종 검사를 받아 사회인구통계, 신체 기능, 생화학적 지표 등 정보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교통, 토지 이용, 지형 등이 포함된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해 연평균 대기오염 추정치를 계산했다. 등록 시 참가자의 거주지 주소를 정량적 대기오염 물질의 오염 수치와 연결했다. 혈청 크레아틴 검사로 계산할 수 있는 ‘사구체 추정 여과율(eGFR)’과 관련 있는 53개의 단일염기 다형성(SNP)을 이용해 ‘유전적 위험 점수(GRS)’를 냈다. 연구팀은 ‘콕스(Cox) 비례위험 모형’으로 대기오염 물질과 만성 콩팥병 위험, 유전적 위험의 상호 관련성을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Air pollutants, genetic factors, and risk of chronic kidney disease: Findings from the UK Biobank)는 국제 학술지 ≪생태독성학 및 환경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실렸고 네덜란드 출판사 ‘엘스비어’의 과학기술건강 포털 ‘사이언스 다이렉트’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