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이라고 안심? “성병, 불임과 암 원인 될 수 있어”
대한성학회 추계학술대회, 무증상 성 전파 감염병 등 다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감염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성 전파 감염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 획득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소년의 첫 성 경험 연령은 낮아지고, 성 경험 비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성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6일 고려대학교 유광사홀에서 열린 대한성학회(회장 김탁) 추계학술대회 오전 발표자로 나선 가톨릭의대 배성락 비뇨의학과 교수와 순천향의대 조재현 산부인과 교수는 ‘성 건강 관리’를 주제로 무증상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및 클라미디아 감염에 대해 발표했다.
HPV와 클라미디아는 무증상 감염이 많은 대표적인 성 전파 감염병이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전파가 더 쉽게 이뤄진다.
배 교수는 “HPV는 무증상 감염률이 85~90%에 달한다”면서 “성 경험이 있는 18~28세 남성 중 10% 이상에서 발견되기는 하지만, 남성의 경우 검사로 발견하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감염 경로 파악도 쉽지 않다.
증상이 나타나면 남성들은 대부분 생식기 사마귀 형태로 나타난다. HPV는 항문암, 구인두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항문암 환자 대부분이 HPV에 감염됐으며, 음경암 환자의 절반 정도가 HPV 감염자다.
배 교수는 “HPV의 경우 '무증상과 같은 유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정액 검사에서 인간유두종이 확인됐던 남성의 경우 정자 운동성이 감소했으며, 정자의 항정자항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불임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다만, 백신 접종 뒤 자연 임신율은 다소 증가했다.
이어 배 교수 “무증상이 질병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질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감염병의 특성상 차단, 격리,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HPV의 경우 남성은 무증상이지만 이들은 여성에 대해서는 HPV의 전달자이기도 한 만큼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자생적으로 HPV 감염이 생기지 않는 만큼, 대부분의 경우 성관계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HPV 치료제 없어 예방이 가장 중요"
조재현 교수는 “HPV는 치료제가 없으므로 백신과 위생적이고 안전한 성관계를 통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HPV 양성인 경우 건강한 규칙적인 생활,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궁경부암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다고 하더라고 고위험군 HPV 양성인 여성은 12개월마다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와 HPV PCR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클라미디아도 무증상이 많아 빠르게 퍼지기 쉬운 질환이다. 조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세균성 성 매개 질환인 클라미디아는 무증상 장기 감염을 통해 다양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미디아 감염이 장기화할 경우 나팔관의 염증과 흉터를 유발해 불임, 자궁외임신의 위험을 키울 뿐만 아니라 조산, 저체중출생아 같은 임신 중 합병증도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무증상이라도 반드시 치료 받아야 한다.
조 교수는 "(클라미디아는) 재발이 흔해 위생적이고 건강한 성생활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임신 계획 중인 여성은 선별 검사를 시행하여 클라미디아를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도 클라미디아 감염될 경우 부고환의 감염되거나, 요도가 좁아질 수 있다.
다른 성병과 마찬가지로 무증상 HPV와 클라미디아 모두 성관계 상대가 많은 이들과 성관계를 활발하게 하는 연령대에서 감염되는 사람이 많다.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파트너와의 성관계는 감염 위험을 크게 높인다. 콘돔과 같은 성병 예방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HPV의 경우 백신을 접종했다고 하더라도 콘돔을 사용해 감염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한 대한성학회는 2003년부터 700여명의 각 분야의 성전문가들이 모여 성에 대한 연구와 건강한 성문화 조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15명의 발표자가 모성의 의무, 난임부부정책, 성 건강 관리와 같은 보건 의료 부문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 여성 재생산권, 젠더갈등, 트렌스 젠더의 성확정 수술 등 사회적 성건강 이슈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