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메스껍고 입맛이 없어 먹기를 거부하는 반면,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생각에 가족들은 어떻게든 끼니를 든든히 챙기고 싶어진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인제대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유영진 교수의 도움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영남대병원 등의 관련 자료를 정리했다.
◇항암치료 중 라면을 먹고 싶어요.
환자가 식욕이 돌면서 라면을 먹고 싶을 때는 먹어도 된다. 항암치료 후 메스껍고 밥 냄새가 역겨울 수 있는데, 국수나 라면과 같이 입맛이 도는 음식이나 빵이나 비스킷 등의 탄수화물류 간식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은 신체에 빠르게 에너지를 공급할 뿐 아니라 밀가루 음식이 암에 나쁘거나 항암치료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유 교수는 "라면이나 국수 등 탄수화물 중심의 음식만 섭취할 경우 단백질과 비타민 등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면서 "다른 음식과 함께 섭취해 모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생선회, 육회 등 투병 전 날음식을 좋아했는데...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암 환자라도 생선회나 육회는 물론 생과일과 생채소, 발효식품 등의 날음식도 과하지 않을 정도라면 먹어도 괜찮다. 하지만 항암치료 중에는 되도록 피하는 것을 권장한다.
항암치료로 환자의 몸에는 백혈구가 감소하고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종 감염병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항암치료에 돌입했다면 치료 과정을 마치고 최소 1개월이 지난 이후에 날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는 치료 중 담당 의료진도 안내하는 사항이기에, 해당 안내를 받았다면 불편하더라도 준수할 것을 권장한다.
◇홍삼, 상황버섯 등의 한약·영양제를 먹으면 더 빨리 나을까요?
아니다. 항암치료 중에 한약이나 영양제, 건강보조식품 등의 섭취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간 기능을 저하해 위급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어떠한 물질이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이 약효를 흡수하기 위해선 간의 해독 과정이 필수적이다.
암환자의 경우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에서 이미 많은 약물을 투여받기에 간 기능에 무리가 가는 모든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각종 한약과 △홍삼, 인삼, 산삼, 수삼 등의 엑기스와 건강보조제 △상황버섯, 영지버섯, 동충하초를 비롯한 각종 버섯 종류로 만든 건강보조제 △케일, 신선초, 돌미나리 등의 녹즙 △붕어, 잉어, 장어, 가물치, 흑염소 등을 달인물 등을 암환자나 가족이 자의적으로 복용하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비타민을 비롯한 간단한 영양제는 섭취 시 크게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과잉복용할 경우 항암제의 효과를 저하하거나 간기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처방받은 약물 이외에 모든 약품과 건강보조제, 영양제의 복용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한 후 결정하라.
◇'한국인은 밥심' 밥과 고기를 잘 먹어야 힘이 나지 않을까요?
암환우를 돌보는 많은 가족이 제대로 식사를 챙겨 먹여야 한다며 안타까워한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환자가 밥이나 고기를 제대로 먹지 못해 힘이 없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식사를 잘 챙겨 환자의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항암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도 잘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다. 고기를 통해 단백질과 지방질 등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일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암 투병으로 음식 섭취가 줄면 몸 속 세포들은 모자란 에너지를 근육을 분해해 보충하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근감소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
되도록 삶은 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굽거나 튀기는 조리법은 일부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건강할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암환자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사골국과 같은 고기나 뼈를 우려낸 국물은 기대만큼 충분한 영양소를 포함하지 않기에, 국물보단 삶아진 고기를 먹도록 한다. 메스꺼움으로 고기를 섭취하지 못할 땐 △달걀 △두부나 콩물, 두유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으로 단백질 섭취를 보충한다.
◇암 수술과 항암치료 등 투병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담당 의료진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다. 특히 수술과 시술을 받은 직후 환자가 '식사 금지'나 '유동식 섭취' 등의 처방을 받았다면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한다. 이를 어기고 억지로 혹은 몰래 환자에게 무언가를 먹이려 하는 행위는 오히려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힘든 시간을 겪고 나온 환자에겐 보호자와 가족이 식사를 챙기지 않아도, 그저 옆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일이라고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