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샴푸에서 발암물질 벤젠 검출
유니레버 제품 이어 시중 판매 제품 70% 이상 위험
드라이 샴푸에서 1급 발암물질 벤젠(Benzene)이 검출됐다. 미국 건강 의료 매체 ‘메드페이지투데이’는 지난 2일(현지 시간) 드라이샴푸에서 백혈병이나 혈액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벤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머리에 뿌리고 툭툭 털어내면 머릿기름과 냄새가 제거되는 드라이 샴푸는 일찍 출근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 드는 시간이 줄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제약 및 건강 관리 제품을 측정하는 독립실험단체 '발리셔(Valisure)'는 34개 회사의 드라이 샴푸 148개 중 70%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벤젠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발리셔는 시프트 테크놀로지스(Syft Technologies)와 협업해 선택 이온 유동관 질량분석(SIFT-MS) 기술을 이용해 건식샴푸 제품을 뿌린 뒤 공기 중 벤젠 수치를 측정했다.
벤젠이 들어간 드라이 샴푸를 판매했다고 언급된 브랜드는 폴 미첼(paul mitchell), 썬범(Sun Bum), 바티스트(Batiste), 세바스찬(Sebastian), 레드켄(Redken) 등이다. 낫 유어 마더스(Not Your Mother's)가 출시한 드라이 샴푸의 벤젠 농도는 최대 340ppm이다. 일부 제품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정한 기준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상당한 치료적 발전’이 있는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벤젠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 2ppm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발리셔는 지난 10월 31일 벤젠이 포함된 드라이 샴푸 제품을 리콜할 것을 요청하는 시민 탄원서를 FDA에 제출했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제품보다 드라이 샴푸에서 벤젠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며 화장품과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벤젠 함유량의 한계를 재정의하고 명확히 할 것을 요청했다.
발리셔는 유니레버(Unilever)가 지난 10월 18일(현지 시간) 드라이 샴푸 에어로졸 제품의 벤젠 오염 가능성을 밝히며 자발적 리콜 조치한 것을 계기로 드라이 샴푸 제품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유니레버는 자회사인 도브(Dove), 넥서스(Nexxus), 수아브(Suave), 로카홀릭(Rockaholic), 베드헤드(Bed Head) 및 트레제메(TRESemmé) 등의 브랜드로 2021년 10월 이전 생산된 드라이 샴푸를 전량 리콜 조치한 바 있다.
발리셔 대표 데이비드 라이트(David Ligh)는 "드라이 샴푸는 실내에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벤젠이 공간에 남아 몸 안으로 흡입될 수 있으므로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프레이 형식으로 분사하는 에어로졸 제품에서 벤젠이 검출되는 것은 흔하다”면서 “에어로졸 제품의 점도 증가제와 압축가스 등의 추진제가 벤젠 오염의 원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프레이 압축가스로 쓰는 이소부탄, 프로판, 부탄 등이 벤젠 오염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벤젠은 화학과 제약 산업에서 주로 용매로 사용하는데, 사람에게 백혈병이나 다른 혈액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될 수 있고, 신경계 장애 및 혈액암 유발 가능성이 크다. 담배 연기, 가솔린, 접착제, 청소 제품, 페인트 스트리퍼에서도 미량의 벤젠이 검출된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이에 대해 "국내 드라이 샴푸 제품은 벤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벤젠 성분이 있으면 판매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