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머리 괜찮다?...몸 추우면 감기 잘 걸려
추위에 면역력 떨어져 바이러스 활성화
감기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계절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 독감, 코로나19 등 호흡기병이 기승을 부린다. 전문가들은 “이중에서도 가장 증상이 약한 감기부터 잘 막으면 독감, 코로나19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감기 예방법 중에는 속설도 많다. 예를 들어 오렌지주스를 매일 마시면 감기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렌지주스를 마신다고 감기를 예방할 수는 없다”며 “오렌지주스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C가 감기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추운 날 머리카락을 말리지 못한 채 외출하면 감기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속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진위 여부를 가렸다.
젖은 머리로 외출해도 감기에 걸릴 염려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감기, 독감, 코로나19를 유발하는 호흡기 바이러스는 기침 및 재채기 때 나오는 체액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머리카락이 젖어있다고 해서 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주요 유행병 발생에 대해 연구해 오고 있는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의 전염병 전문가인 폴 헌터 교수는 “감기에 걸린 다른 사람과 접촉해야만 감기에 걸린다”며 “야외에 있으면 호흡기 감염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겨울에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실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번성한다. 헌터 교수는 “추운 날씨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실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전염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젖은 머리로 외출했을 때 추운 기운으로 인해 감기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카디프대 연구팀은 180 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절반은 20분 동안 찬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신발과 양말을 신고 있게 했다. 그 결과, 발을 차갑게 한 사람들은 4, 5 일 후에 감기 증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1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몸이 오싹해지면서 한기가 들면 코의 혈관이 수축되고 잠시 동안 면역력을 약화시켜 바이러스가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며 “감기가 유행할 때에는 코와 목에 바이러스가 적은 양이라도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를 물리치지 못하고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 마히돌대 연구팀이 실시한 연구에서도 몸이 추워지면 면역 체계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신체가 추위에 노출되면 면역 체계에 있는 단백질로 외래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이 더 적게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의 춥고 건조한 환경이 신체의 면역 체계가 해로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