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리에 힘썼지만, 허망하게 뇌사.. 왜?

[김용의 헬스앤]

음식 조심,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도 교통사고 한 번에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68세 여성 A씨는 평소 건강 관리에 열심이었다. 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건강한 몸을 가꿨다. 그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몸의 마비가 심해 휠체어에 의지한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횡단보도 파란불 보고 건넜는데...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그는 아침 운동을 위해 횡단보도의 파란불을 보고 건너다 신호위반 차량에 치였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목을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를 입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자신의 모습을 믿을 수 없었다. 말로만 들었던 하반신 마비... 며칠 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은퇴한 남편도, 결혼을 앞둔 외아들도 말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주위에서 부러워하던 화목한 가정에 난데없이 교통사고라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질병관리청의 건강정보에는 교통사고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열심히 건강 관리를 해도 교통사고 한 번에 목숨을 잃거나 장애자가 된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는 금요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최다 법규 위반은 신호위반과 안전거리 미확보였다. 운전자 나이는 51~60세가 가장 많았고 65세 이상도 꽤 있었다. 특히 65세 이상의 보행자가 전체 보행 사망자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어린이와 65세 이상은 모두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 나를 지키는 신호... 횡단보도 건널 때 손짓 어때요?

횡단보도 파란불은 결코 ‘안전신호’가 아니다. 언제 신호위반 차량이 달려들지 모른다. 만취 상태의 음주 운전 차량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차량은 대부분 과속이다. 횡단보도에서도 ‘믿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건널목에서 파란불이 들어와도 좌우를 잘 살피고 차량의 진행 유무를 꼭 확인해야 한다. 멀리서 오는 차량을 의식해 손을 들어 건너겠다는 의사를 표시해보자. 느긋하게 처음부터 건너기 시작한 경우가 아니면 파란 신호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서둘러 건너지 않는 게 좋다.

보행자의 가벼운 손짓은 운전자에게 긴장감을 줘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하는 일종의 넛지(Nudge)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넛지 효과란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의미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신호나 개입을 말한다. 특히 우회전해서 횡단보도에 근접하는 차량에 보행자의 손짓은 아주 좋은 신호다. 기존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만 자동차에 일시정지 의무가 있었지만, 지금은 보행자가 건너려고만 해도 일단 멈춰서야 한다. 3개월 전부터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다.

◆ 수십 년 철저한 건강관리... 단 한 번에 무너진다

횡단보도 교통사고로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A씨는 요즘 재활훈련에 열심이다. 몸을 더 움직일 수 있게 돼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고 전 몸 관리를 철저히 했던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신호위반 과속 차량에 치이면 사망 위험이 높다. 몸이 튕겨 나가 땅에 떨어질 때 목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숨이 붙어 있어도 뇌사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토록 음식 조심,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도 교통사고 한 번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많다는 것을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운전자는 건널목에선 정지신호와 관계없이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멀리서 횡단보도를 발견하면 속도를 점차 줄이는 습관을 들이고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반사적으로 차를 멈추는 행동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참혹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자는 사람이 내리는 차량 옆으로 지나가거나 추월하지 않아야 한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지나가는 자전거, 오토바이,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숙여 쓰면 앞을 살필 수 없다. 우산을 똑바로 쓰고 차도에서 떨어진 길의 가장자리로 걷는다. 밤에 검은색 옷을 입고 길을 건널 때 조심하고 손짓을 하는 게 안전하다. 좁은 길이나 골목길에서 넓은 도로로 나올 때는 일단 멈춰 서서 좌우를 잘 확인해야 한다. 중년-노년의 경우 건널목에서 파란불이 깜박일 때 건너려고 급하게 뛰어가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상황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사람이 꽤 있다. 주위에 혈압, 심혈관이 안 좋은 사람이 있으면 미리 당부하는 게 좋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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