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날수록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어지럼증 진료 환자 수는 2017년 85만 8884명에서 2021년 95만 1526명으로 늘었다. 여성이 62만명(62%)으로 남성 32만명(35%)보다 두 배 많았다.
남녀 모두 80세 이상에서 환자가 가장 많았고 60~64세가 뒤를 이었다. 젊은 환자도 많이 병원을 찾았지만 어지럼증은 장년층과 노년층에 특히 많았다.
− 어지럼증은 양상에 따라 원인 다양
갑자기 빙빙 도는 심한 어지럼증의 흔한 원인은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속귀에 있는 전정기관에 얹혀 있는 미세한 돌인 이석이 떨어져 나와 신체가 움직일 때마다 반고리관을 자극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병이다.
전정신경의 염증에 의한 전정신경염, 속귀의 압력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메니에르병도 있다. 메니에르병은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이명, 이충만감(귀가 꽉 차고 먹먹한 느낌)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심한 어지럼증은 뇌졸중 등 심각한 질환의 전조증상이기도 한다. 뇌졸중 초기 증상 중 하나가 어지럼증이다. 특히 뇌간 뇌졸중인 경우 어지럼증이 잘 나타나며 다른 신경학적 증세를 동반한다.
어지럼증이 빙빙 도는 현훈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호전되지 않고 3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만성어지럼증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견딜 만하지만 계속 균형장애를 일으켜 급성 현훈증만큼 일상에 영향을 준다. 노년기에는 급성 뿐만 아니라 만성 어지럼증이 매우 흔하다.
− 기저질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어지럼증은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진료부원장은 “어지럼증은 인구의 30%가 겪을 정도로 흔하지만 원인을 자가 진단하다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증상을 잘 점검해 제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장질환과 당뇨, 뇌졸중과 같은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라면 균형감각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 노년층이 흔히 겪는 관절염 등은 균형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반복적인 어지럼증은 심각한 불안장애를 야기하기도 한다.
박 부원장은 “이석증은 6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고 고령으로 갈수록 더 흔하다”며 “노년환자들은 균형 감각이 약해져 있어 치료가 늦어지면 낙상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석증, 전정편두통, 심인성 어지럼증이 여성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여러 질환에 여성이 남성보다 취약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