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치명적인 암 돌연변이 치료제 개발 가속화

지난해 크라스(KRAS) 변이 치료제 첫 승인 후 연구열기 후끈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중 가장 치명적인 크라스(KRAS)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1982년 발견됐다. 40년 넘게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해 이 유전자 변이 암에 대해선 ‘투병 불가’ 판정이 내려져왔다.

지난해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암젠이 만든 KRAS 표적 암 치료제 소토라시브(상품명 루마크라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 관련 치료제 개발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암은 세포의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변이가 생겨 세포가 정상적 성장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빠르게 분화하는 것이다. 세포의 신호전달과 관련한 단백질은 여럿이다. 그 중에서 세포 경로의 거미줄의 중심에 위치한 단백질이 크라스다. 세포의 증식과 성숙, 사멸을 조절하는 세포 신호전달경로에 두루 관여하기 때문이다.

크라스 단백질은 2가지 상태로 존재한다. 신호전달 분자인 GTP와 결합할 때 'off' 상태에서 'on' 상태로 전환한다. 암 관련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대부분 ‘on' 상태로 남게 되면서 거의 모든 종류의 종양에서 발견된다. 췌장암의 80%이상은 크라스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폐선암과 대장종양의 약 30%도 그러하다. 전체 암의 약 4분의 1이 크라스 돌연변이에 의한 것으로 규정된다.

소토라시브는 크라스 유전자의 여러 돌연변이 중 G12C라는 특정 돌연변이만을 겨냥했다. 이 돌연변이는 KRAS의 12번째 아미노산인 글리신(G)을 시스테인(C)으로 대체해 암을 유발시킨다. 소토라시브는 이를 차단하지만 그 영향은 일시적이다. 초기에 반응한 대부분의 사람도 몇 달 후에는 재발한다.

지난 9월 12일 암젠은 소토라시브의 최근 임상시험에서 암이 악화되지 않은 상태로 경과한 시간을 측정하는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표준화학요법의 PFS보다 한 달을 더 연장시켰다고 발표했다. 소토라시브로 치료한 참가자 중 28%만이 반응을 보였다. 이는 표준 화학 요법에 반응한 사람보다 2배나 많은 비율이긴 하다. 하지만 KRAS 양성 폐암에 걸린 사람들 중 70% 넘는 사람은 신약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소리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약물이 단기반응만 일으키며 그것도 고르지 못하다는데 있다. 임상시험은 지금까지 다른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진행성 KRAS 유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됐는데 6개월 이상 동안 종양 성장이 중단되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G12C 폐암의 3분의 1 미만과 G12C 결장직장암 환자의 10분의 1 미만에게만 그러했다. 또 치료 후 많은 종양이 약물에 대한 내성을 보였다.

이처럼 제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소토라시브가 승인을 받은 것이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소토라시브 외에도 올 연말 FDA 승인을 앞두고 있는 미국 미라티 테라퓨틱스의 아다그라시브를 비롯해 6종의 크라스 변이 치료제가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채닝 데어 교수(암생물학)는 “크라스 표적 약물 연구의 역사에서 이런 수준의 흥분과 소란을 본 적이 없다”며 '미쳤다'는 표현까지 썼다.

2013년 소토라시브 연구의 기초를 닦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케반 쇼캣 교수(생화학)는 “G12C를 목표로 한 결정은 소토라시브의 성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시스테인(C)은 많은 다른 아미노산보다 화학적으로 더 잘 반응하기에 그와 결합하는 약물을 설계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아다그라시브 역시 G12C를 겨냥한 치료제다.

대부분의 KRAS 돌연변이는 G12D라고 불리는 동일한 위치의 다른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글리신을 D-아스파르타산이 대체하는 돌연변이인데 이를 겨냥한 치료제도 2종이나 개발되고 있다. 크라스 단백질은 3종의 라스(RAS) 단백질 중 하나인데 쇼캣 교수가 공동 설립한 레볼루션 메디슨스는 다른 2종의 라스 단백질인 NRAS와 HRAS가 크라스 단백질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거나 3가지 단백질의 돌연변이를 모두 차단하는 ‘범RAS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pnas.org/doi/10.1073/pnas.21234321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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