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뼈, 많이 깎을수록 작고 예쁠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안면윤곽을 바꾸길 원한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얼굴이 최대한 작아지고 싶어요. 신경선에 바짝 붙여서 최대한 많이 깎아주세요.”
저는 되묻습니다.
“뼈를 최대한 많이 깎으면 예쁠까요?”
“신경선에 바짝 붙여 최대한 많이 깎는 게 실력이라던데요.”
“가수가 고음을 잘 내는 게 실력인 건 맞아요. 그런데 고음만 낸다고 노래가 아름다운 건 아니잖아요. ”
‘아름다운 노래’를 위해 ‘고음을 내는 실력’이 중요하지만, 고음을 낸다고 아름다운 노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고음 한 번 없는 노래가 우리의 마음을 더 울리기도 합니다.
얼굴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눈이 크다고, 코가 높다고 예쁜 것이 아니듯, 뼈를 많이 깎는다고 더 작고 갸름하고 예쁜 것이 아닙니다. 뼈를 지나치게 깎으면 오히려 얼굴이 더 커 보일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 배우입니다. 왼쪽이 현재의 모습이고, 오른쪽이 예전 얼굴입니다. 이 분이 성형수술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성장기에 아래턱이 늦게 자라며 이런 변화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현재 모습인 왼쪽 사진이 더 아름답습니다. 무턱대고 ‘뼈를 많이 깎아주세요’라고 한다면 왼쪽 얼굴을 오른쪽처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뼈를 깎는다고 오른쪽처럼 되는 것도 아닙니다. 얼굴살과 턱뼈가 모두 작게 성장한 오른쪽 얼굴과 달리 성장이 끝난 얼굴에서 뼈만 줄이면 살이 상대적으로 남습니다. 뼈를 줄이는 양이 늘어나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뼈를 과도하게 줄이면 살이 처질 수도 있습니다.
종종 “신경선까지 깎아달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뵙습니다. ‘신경선’은 무엇일까요? 아래턱뼈 내부로 아랫입술과 턱의 감각을 담당하는 중요한 신경이 지나갑니다. 신경을 손상시키면 안 되므로 이 선은 턱뼈를 깎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그런데 신경선은 아름다운 얼굴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일 뿐입니다. 막연히 ‘더 깎으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에 신경선을 기준으로 뼈를 바짝 깎아 달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신경선까지 깎으면 대개 과하게 작은 뼈가 됩니다. 안면윤곽 수술을 받으면 살이 처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작고 갸름한 얼굴을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기준이 ‘무조건 많이 신경선에 바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고난도의 점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난도의 점프만 한다고 아름다운 스케이팅은 아닙니다. 김연아 선수는 현역 시절 트리플 악셀을 뛰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점프와 혼이 담긴 연기로 피겨 역사상 최고의 전설로 남아있습니다.
아름다움은 그런 것입니다. ‘무조건 더 작게, 더 많이’로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