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공격하는 하이브리드 바이러스 발견 (연구)
RSV가 줄기, 독감바이러스가 잎을 형성해 면역반응 회피
독감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합체해 면역체계를 피하고 폐 세포를 감염시키는 하이브리드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된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코로나19와 독감, RSV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의 겨울이 닥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더욱 우려된다.
A형 독감으로 입원하는 사람이 매년 세계적으로 약 500만 명에 이른다. RSV는 5세 이하 어린이의 급성 하부 호흡기 감염의 주요 원인이며 일부 어린이와 노인에게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한 사람이 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는 공동 감염은 비교적 흔하지만 같은 세포 안에서 발견될 경우 이들 바이러스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분명했다. 연구진은 공동감염이 바이러스성 폐렴 같은 난치병을 일으킬 것으로 의심했다. 연구를 이끈 글래스고대 바이러스연구센터의 조앤 해니 연구원은 “RSV는 신체의 동일 영역을 목표로 하는 바이러스 공동체의 일부를 형성한다”면서 “이들 바이러스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폐 세포를 두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관찰했다. 두 바이러스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RSV가 줄기를 형성하고 독감 바이러스가 잎을 형성해 야자수 모양의 잡종 바이러스로 융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 책임자인 파블로 무르시아 글래스고대 교수는 “이런 종류의 하이브리드 바이러스는 이전에 기록된 적이 없다”면서 “두 바이러스의 게놈과 외부 단백질이 함께 결합하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 병원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결합한 하이브리드 바이러스는 이웃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체가 하이브리드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인플루엔자 단백질에 달라붙었음에도 이 바이러스는 RSV단백질을 이용해 폐세포를 감염시켰다. 무르시아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하이브리드 바이러스 입자를 트로이 목마로 사용하고 있다”고 빍혔다.
하이브리드 바이러스는 면역체계를 피해 힘을 합쳐 더 넓은 범위의 폐 세포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인플루엔자는 보통 코, 목구멍, 기관지에 있는 세포를 감염시키는 반면 RSV는 기관지와 폐세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하이브리드 바이러스는 독감 바이러스가 바이러스성 폐렴이라고 불리는 심각한 폐 감염을 일으키도록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영국 리즈대의 스티븐 그리핀 교수(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바이러스가 인간의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RSV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보다 폐로 더 깊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음 단계는 공동감염 환자에게서 하이브리드 바이러스가 형성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바이러스가 형성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무르시아 교수는 “이것이 인플루엔자와 RSV에서만 발생하는지, 아니면 다른 바이러스 조합으로도 확장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면서 “같은 현상이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동물성 바이러스에서도 이루질 수 있기에 매우 흥미로운 발견의 긴 여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4-022-01242-5)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