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축제와 공포영화를 즐기는 이유
적당한 스릴, 심리적 회복력 높여...
공포영화를 보거나 유령의 집에서 깜짝 놀라고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은 왜 그런 걸 즐기는 걸까? 적당한 두려움이 가라 앉을 때 찾아 드는 즐거운 감정의 분출 때문이다. 심리적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도 있다. 할로윈 데이(10월 31일)를 며칠 앞둔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인간의 공포 반응은 뇌의 중심 깊숙한 곳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뉴런 다발인 편도체에서 조절된다. 무서운 상황에서 편도체는 시상하부를 자극한다. 시상하부는 교감신경계와 부신피질계의 두 가지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호르몬의 홍수를 일으키고 ‘투쟁-도주 반응’을 유발한다. 투쟁-도주 반응이란 위기의 순간 맞대응하거나 회피할 것을 선택하게 만드는 생리적 반응을 말한다.
이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신체의 경각심을 높여준다. 이 호르몬은 심장의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을 중심부에서 움직임에 필요한 근육으로 돌린다. 또 다른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혈압을 높인다. 중요한 장기 주변의 혈관이 확장되어 산소와 영양분이 넘쳐난다. 호흡은 빨라지고, 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고, 혈액 속의 포도당 수치는 급격히 증가해 신체에 빠르게 에너지를 높이고 행동 준비에 들어가게 한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샬럿 로렌슨 교수(신경과학)박사는 “신경공포 네트워크의 일부 측면과 그것이 어떻게 행동을 조정하는지 이해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초기 인류사회에서는 두려움을 유발하는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됐다. 감각 자극 또는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환경에 노출될 때 우리 뇌에서 두 가지 경로가 활성화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첫 번째는 빠르다. 정보는 감각 시상과 편도체로 전달돼 위협적인 자극에 대한 즉각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는 더 느리고 간접적인 경로다. 시상에서 의식, 추론, 기억과 관련된 뇌의 가장 바깥 층인 피질로 정보가 보내지면 위협을 분석하고 우리가 진짜 위험에 처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
로렌슨 교수는 “우리는 뇌에서 공포감이 정확히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는 모르지만 여러 뇌 영역을 포함하는 공포 네트워크의 활성화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만약 위협이 진짜라고 판단되면, 뇌의 다른 부분이 활성화돼 위험에 대한 전신적인 반응을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는 중뇌에 위치한 수도관주위회백질(PAG)도 포함된다. PAG는 스트레스 및 상해에 대해 항통각수용성(통증감각의 둔화)과 자율신경계 및 행동 반응을 조정하고, 감각 뉴런에 의한 통증 감지를 차단하고, 비자발적인 생리 과정과 반응 행동을 일으키게 한다. 로렌슨의 동료 연구원인 엘레나 파치 박사는 “위험에 대한 기억은 해마에 저장돼 다음에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되면 위협을 기억하고 식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려움은 아주 오래된 감정이고 무서운 이야기는 인간의 역사 속에 배어 있다. 초기 사회에서 공포심을 유발하는 이야기는 늑대나 다른 포식자 등 직면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사용되었다.
오늘날 영화는 사회의 집단 공포에 대한 창을 제공한다. 고질라가 등장한 영화는 핵공포를 반영하며 1970년대와 80년대 마이클 마이어스(할로윈 시리즈의 악당)나 프레디 크루거(나이트메어 시리즈의 악당)는 연쇄 살인범의 출현의 반영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치명적 전염병을 다룬 영화의 다운로드가 급증했다.
-공포영화 즐겨 보면 심리적 회복력 강해져
왜 사람들은 이처럼 실제적 위협으로 다가서는 공포영화를 좋아할까? 덴마크 오르후스대의 마르크 말름도로프-안데르센 교수는 공포영화가 불확실성 관리에 대한 학습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놀이와 학습에 관련된 인지 과정을 연구하는 그는 “이러한 가상의 영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자신만의 지침서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일반적으로 오락적인 형태의 공포가 감정 조절과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공포 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공포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은 공포영화 팬이 아닌 사람들보다 심리적으로 더 회복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어떤 면에서 유사한 시나리오에 노출됐고 그 경험을 새롭고 불확실한 현실을 탐색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름도르프-안데르센 교수는 말했다.
그는 ‘공포의 즐거움’을 ‘놀이의 형태’로 본다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서운 자극을 즐기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서 ”아이들의 놀이는 적당한 양의 불확실성, 적당한 놀라움을 찾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했다.
오르후스대의 레크리에이션 공포 연구소는 즐거움과 두려움 사이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유령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유령의 집 체험을 하는 손님들을 촬영하고, 그들의 심박수를 관찰하고, 경험하는 동안 다양한 지점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물었다. 그 연구결과 사람들은 정상적 생리상태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즐기지 않지만 편안한 영역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은 즐긴다는 것을 보여줬다.
말름도르프-안데르센 교수는 “우리의 연구결과는 두려움과 즐거움 사이에 ‘달콤한 지점’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너무 무섭지도 않고 너무 길들여지지도 않은 그 지점에서 즐거움이 극대화된다는 것. 달콤한 지점에서 공포의 홍수와 안도감은 뇌에서 기분 좋은 화학물질인 엔돌핀과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쁨의 급증을 보상해 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저마다 다른 만큼 재미와 긴장의 접점을 찾는 것은 미묘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은 두려움은 고통과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억7500만 명이 불안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수준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파치 박사는 “사람마다 뇌의 특정 영역의 활성화 수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 사람에게는 스릴이 다른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무서운 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