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고 무시하지 마라”…‘좀비’세포의 재발견
특정 노화세포, 조직 손상 감시 및 줄기세포 성장 촉진 밝혀져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좀비’세포로 낙인 찍힌 노화세포가 모두 다 없애야 할 해로운 존재는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화세포 가운데 일부는 젊고 건강한 조직에 자리잡은 채, 손상된 조직의 정상적인 복원을 촉진하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FS) 연구팀은 폐 조직의 분석에서 기저막의 줄기세포 옆에서 녹색으로 반짝이는 유익한 노화세포를 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저막은 유해한 화학물질과 외부 세포가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산소가 폐 안의 공기에서 기저 조직으로 퍼지게 해주는 일종의 장벽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폐 조직뿐만 아니라 소장, 결장, 피부 등 신체의 장벽 역할을 하는 다른 기관에서도 유익한 노화세포가 비슷한 위치에 자리잡고 활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노화를 방지 또는 지연시킨다는 새로운 약물 세놀리틱스(senolytics)로 노화세포를 죽이면 폐의 줄기세포가 장벽 표면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유익한 노화세포인 특정 섬유아세포('p16INK4a+' 발현 섬유아세포)는 출생 직후에 생긴다. 이 특정 섬유아세포는 세포 노화의 중요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이며 조직의 염증을 감지하고 상피 재생을 촉진한다. 연구팀은 특정 섬유아세포가 염증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줄기세포 틈새에서 '조직의 상주 감시자' 역할을 한다고 재평가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UCFS 톈 펑 부교수(폐·중환자치료·알레르기·수면의학)는 "노화세포는 조직 손상을 감시하고, 주변의 줄기세포가 성장하고 복원을 시작하게 자극함으로써 반응하는 특별한 지위로 틈새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노화세포가 쌓인다. 정상적인 세포는 자연 세포사(세포 자멸사)를 일으켜 죽거나 면역 세포에게 잡아 먹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노화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SASP)’을 이루는 염증 화합물의 칵테일(전 염증성 사이코카인 등)을 뿜어낸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관절염, 암 등 각종 노화 관련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과학자들은 노화세포에 ‘좀비 세포라는 별명을 붙였다. 또한 이를 표적으로 삼아 죽이는 약물 세놀리틱스를 개발해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UCSF 노화연구소장인 리안 존스 교수(실험병리학)는 “앞으로 세놀리틱스 연구는 유익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유해한 노화세포를 제대로 인식하고 정확히 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Sentinel p16INK4a+ cells in the basement membrane form a reparative niche in the lung)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