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검하수라서 눈매교정?...이 말이 이상한 이유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살짝 졸린 눈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안검하수’라서 '눈매교정'을 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의사 입장에서 보면, 이 말은 여러 면에서 좀 이상합니다. 일단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 중에 실제 ‘안검하수’인 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안검하수’가 있다면, 필요한 수술은 ‘안검하수 수술(안검하수 교정술)‘입니다. ‘눈매교정’이란 말은 정식 의학용어도 아닙니다.
‘안검하수라서 눈매교정을 해야 한다’라는 말이 마치 관용구처럼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 맥락을 이해하려면 우선 ‘안검하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안검하수(눈꺼풀처짐)는 ‘눈을 뜨는 힘이 약해서,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는 질환’입니다.
안검하수에서 눈을 크게 뜨도록 하는 수술은 여러 방식이 있지만 통칭하여 '안검하수 교정술(안검하수 수술)'이라 부릅니다.
안검하수의 정확한 진단법을 설명드리기는 간단치 않지만, 대략 ‘눈을 뜨는 힘이 부족해 눈꺼풀이 눈동자를 2mm 이상 가리는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에는 '원인'(눈을 뜨는 힘 부족)과 '정도'(눈꺼풀이 검은 동자를 2mm 이상 가림)가 모두 포함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눈꺼풀이 눈동자를 1~2mm 정도 가려 ‘살짝 졸려보이는 눈’은 ‘안검하수’가 아닙니다.
눈뜨는 힘에 문제가 없는데 피부가 늘어져 눈동자가 가리는 경우도 진짜 안검하수가 아닙니다. 이런 경우 '가성 안검하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살짝 졸려 보이는 눈’이나 ‘가성 안검하수’에서도 ‘안검하수 수술’을 시행하면 눈이 또렷해지는 경우가 있어 미용 목적으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안검하수 교정술'이 안검하수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쓰이면서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눈매교정술'입니다.
‘눈매교정’은 이런 기원을 가진 수술명입니다. 그러니, ‘안검하수이니 눈매교정 합시다’라는 말을 정확하게 쓴다면 이렇습니다.
(안검하수는 아니지만)
졸려 보이는 느낌이 있어요.
눈빛이 좀 또렷해지면 예쁠 것 같으니,
눈매교정술이 좋겠어요.
그런데, 의사가 설명하기 간편해서인지 “안검하수이니, 눈매교정술을 합시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락을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닌 셈입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정상 범위의 ‘살짝 졸려보이는 눈’이나 ‘가성 안검하수’인데 ‘안검하수’라 듣고 불안해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습니다.
이런 경우 간단한 ‘쌍꺼풀 수술’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용적으로 눈매교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대부분 ‘필수’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눈동자가 크고 또렷하게 보인다고 항상 예쁜 것도 아닙니다.
‘안검하수에 눈매교정’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본인에게 필요한 수술법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의학에서 정확한 표현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이 ‘진단’의 기본이고, ‘진단’은 이후 ‘치료’의 방향을 크게 바꾸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