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안 좋은 아이, 비디오게임도 위험
호주 연구진 게임하다 심장 부정맥 발생한 22개 국제 사례 찾아내
심장에 이상이 있는 어린이가 비디오게임을 할 경우 치명적 심장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장 리듬(Heart Rhythm)》에 발표된 호주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데이’가 11일(현지 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호주 시드니의 소아심장병 네트워크 연구진은 비디오 게임을 하는 동안 심장박동 장애를 겪은 22명의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에 대한 국제적 사례를 모았다. 대부분 심장 두근거림을 겪었고 어지럼증과 구역질을 겪었다. 일부는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몇몇은 심장 박동이 멈추는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몇 분 안에 사망하는데 실제 10대 4명은 숨졌다.
대부분 아이들(19명)은 기저 심장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장 흔한 원인(10명)은 운동이나 정서적 스트레스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빠른 심장 박동을 일으키는 ‘카테콜아민성 다형성 심실 빈맥(CPVT)’이라는 유전성 질환이었다. 4명은 심장의 전기 활동에 이상이 발생하는 또 다른 유전적 질환인 긴QT증후군(LQTS) 환자로 밝혀졌다. 거의 모든 경우에 아이들은 기저 심장 질환이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경우도 있지만 발병 전까지 모르던 경우도 있었다.
소아과 전문의인 연구의 제1저자인 클레어 롤리 박사는 “비디오 게임 도중 기절했다고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며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면서 “이전에 기저질환이 있는지 몰랐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병 사례가 워낙 적은 데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현상의 정확한 유병률을 추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게임으로 인한 부정맥의 절대적인 위험은 알려져 있지 않다. 심장 질환이 있는 아이들에게 게임이 다른 활동과 비교해 얼마만큼 위험한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혈압과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등 신체적 운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심혈관 계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논문을 검토하고 관련 사설을 쓴 미국 오거스타대의대의 대니얼 소힌키 교수(심장학)는 “비디오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175개 미국 대학에서 ‘e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비디오게임이 스포츠화했고 실제로도 많은 면에서 전통적 스포츠 경기와 같다면서 전통적으로 학생운동선수에게 적용하듯 심장 이상 유무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heartrhythmjournal.com/article/S1547-5271(22)02284-6/fullt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