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절반 사망"…우간다서 백신 없는 에볼라 확산
발병 선언 20일도 안 돼 63명 발병에 29명 사망
9월 20일(이하 현지시간) 우간다에서 에볼라 발병이 선언된 이후 서부 5개 지역에서 63명이 감염됐거나 감염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며 4명의 보건종사자를 포함 29명이 사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5일 발표했다. 감염자의 절반 가까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같은 날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 발병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불안, 공황, 이동제한이나 공공 장소의 폐쇄는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례에 비춰봤을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과학전문지 《네이처》와 영국 가디언이 7일 보도했다.
에볼라는 희귀하고 치명적인 질병이다. 과거 발병에서 사망률이 25%~90%에 이르렀다. 처음엔 대개 발열, 구토, 두통, 피로감 등으로 시작하지만 내부 장기가 손상되고 사망하는 등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사람에게 옮겨지는 에볼라 바이러스 종은 자이르 형과 수단 형으로 나뉜다. 자이르 형은 2013년~2016년 서아프리카에서 대규모 전염병을 일으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고 이후 어느 정도 퇴치가 가능해 졌다. 반면 현재 우간다에서 유행하는 수단 형은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고 치료법도 임상 시험 중이다. 수단 형이 마지막으로 발병한 곳도 2012년 우간다였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비영리의료단체인 혁신진단재단(FIND)의 신종위혐 및 세계보건보안 책임자인 다니엘 바우슈는 “증가 추세가 꽤 날카롭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네이처》에게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MSF) 우간다 지부장인 크리스토퍼 맘불라 박사도 “감염사례가 매일 증가하고 있으며 바이러스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현지 취재에 나선 가디언에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간다에서 발생한 다섯 차례의 에볼라 유행 중 네 차례가 수단 형이라는 점이다. 특히 2000년 발병한 수단 형은 425명의 감염자와 224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이로 인해 우간다 정부가 에볼라 발병에 대해 어느 정도의 대처능력은 갖고 있다고 콩고공화국 수도 브라자빌에 있는 WHO 아프리카지역사무소의 피오나 브라카 비상대응 프로그램 팀장은 말했다.
수단 형이 10년 만에 재발한 데 대해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카르틱 찬드란 교수(바이러스학)는 “야생에 있던 바이러스가 언제 마을로 침투하느냐는 시간문제였다”라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사람들을 감염시키는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기에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단 형의 발병이 드물었기에 임상시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백신 개발도 더딘 형편이다. 현재 6개의 후보 중 3개는 초기 안정성 테스트는 마쳤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치지 못해 효능까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가장 유력한 백신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개발한 1회용 백신이다. 미국 비영리기관인 사빈백신연구소(SVI)의 인증을 받은 이 백신은 영장류가 수단 형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약효를 인정받았다. 리처드 쿠프 NIAID 백신연구센터 소장은 “빠르면 다음 주 NIAID에서 우간다로 100회 분량이 배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볼라 전공인 미국 텍사스대 게리 코빙거 교수는 “에볼라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는 의료진과 병원 종사자, 감염자와 접촉자에게 우선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를 초기 진압하기 위해선 적시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데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소식은 이러한 실험적인 백신과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달 말 임상시험 착수를 희망하고 있는데 이는 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 당시 임상시험이 시작되는데 8개월 이상이 걸렸던 것과 비교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코빙거 교수는 말했다.
우간다 보건당국이 시간과 경쟁하고 있기에 이것은 중요하다. 현재 발병지역이 콩고민주공화국(엣 자이르)과 국경을 접한 곳인 데다 금광이 있는 곳이어서 인구와 교통량이 많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갈 위험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다행히 우간다의 보건당국은 이전의 발병으로부터 교훈을 실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발병의 진원지인 무벤데에 이동식실험실을 설치해 우간다 중남부 엔테베에 있는 국립바이러스연구소로 샘플을 보낼 필요없이 6기간 내 확진 여부를 판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브라카 팀장은 이 외에도 우간다와 국경을 접한 국가들에게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 키트를 배포하고 감시를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밖 국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일 우간다에서 오는 여행객은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를 할 수 있는 미국 내 5개 공항에서 검사 받고 난 뒤 입국하는 것을 의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