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물에 둥둥 뜨면...심각한 증상일수도
단순한 흡수 장애가 대부분…거듭되면 크론병 등 가능성도
어느 날 갑자기 대변이 변기의 물에 둥둥 떠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면 왜 그런지 불안하고 궁금해진다. 평소 물 속으로 잘 가라앉기만 하던 대변이 왜 돌연 그럴까?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 안젤라 팜 조교수(위장병학)는 “대변이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은 흡수 장애(소화 불량)의 뚜렷한 징후이며, 소장이 섭취된 음식물에서 영양분과 지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몸이 지방을 정상적으로 처리 및 흡수하지 못하면 대변이 물에 뜬다.
이처럼 흡수 장애가 일어나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흡수 장애가 일어나면 대변에 기름기가 많아져 물에 둥둥 뜨고 빛깔이 엷고 밝은 노란색이 된다. 심하면 변기의 대변에서 기름방울을 볼 수 있고 지독한 냄새도 난다.
흡수 장애를 빚는 원인으로는 유당 불내증, 유전, 특정 약물의 사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유당 불내증은 몸이 우유, 요거트, 치즈,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속에 들어 있는 유당 성분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할 때 생긴다. 팜 조교수는 “유당 불내증뿐만 아니라 셀리악병, 크론병, 낭포성 섬유증 등도 심각한 흡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건강 사이트 ‘더헬시(thehealthy)’와의 인터뷰에서다.
셀리악병은 몸 안에 글루텐(밀, 보리 등 곡류의 불용성 단백질)를 처리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소장에서 생기는 유전성 알레르기병이다. 소장에서 밀가루 음식 등을 흡수하지 못해 묽은 대변과 소화 불량,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난다.
크론병은 자가면역병으로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소화관 전체에 염증을 일으킨다. 낭성 섬유증은 유전자 결함으로 생기는 병으로 폐와 소화기관에 염증을 일으키며 흡수 장애를 유발한다. 흡수 장애는 과민성 대장증후군(IBS)과 비슷한 증상인 설사, 변비, 복통을 일으킬 수 있고 기존 IBS를 악화시킬 수 있다. 물에 둥둥 뜨는 대변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이 병은 미국인 2500만~45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팜 조교수는 “대변이 둥둥 뜨면 가장 먼저 식단을 바꿔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면 장에 가스가 생겨 대변으로 흡수되며, 이 때문에 대변이 물에 뜰 수 있다. 설탕, 섬유질, 전분, 유당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어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통상적인 흡수 장애 땐 밀가루 음식 등을 피하고 설사, 변비 등 증상을 치료하면 된다. 프리바이오틱스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해 장내 건강한 미생물(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하는 게 좋다. 권장되는 식품은 잎이 많은 채소, 바나나, 양파, 마늘 등이다.
그는 “대변이 물에 둥둥 뜨는 현상이 너무 자주 나타나면, 서둘러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흡수 장애는 심각한 영양실조와 합병증(장폐색, 천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가정요법으로 증상을 고칠 수 없을 수도 있다. 심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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