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는 두려움’…뇌도 확 바뀐다
주의력, 계획, 실행, 공감력 관련 뇌 피질 등에 뚜렷한 변화
양육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인지 남성이 아빠가 되면 뇌까지 확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팀이 아빠가 되기 전후의 남성 뇌를 스캔해 분석한 결과에서다. 연구 결과, 아빠가 된 남성의 뇌는 주의력, 계획, 실행 등 기능과 관련된 피질 영역과 공감력, 시각 처리와 관련된 네트워크 영역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변화 가운데 일부는 다소의 뇌 수축(회백질 피질 부피 감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경험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냅스(한 신경 세포의 흥분이 다음 신경 세포로 전달되는 부위) 연결을 만드는 뇌의 능력(신경 가소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다비 삭스베 교수(임상심리학)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생활방식 및 생물학적 변화를 수반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가 태어난 것과 관련해 “정말 아빠 되는 게 무서웠다”고 털어놓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연구팀은 스페인 예비 아빠 20명(평균 연령 35세)과 미국 예비 아빠 20명의 뇌를 스캔했고, 비교를 위해 파트너를 임신시키지 않은 스페인 남성 17명의 뇌를 스캔했다. 스페인 예비 아빠들의 경우 파트너가 임신하기 전과 아빠가 된 지 2~3개월 뒤에 각각 뇌를 스캔했다. 파트너를 임신시키지 않은 스페인 남성들의 뇌도 비슷한 간격으로 스캔했다. 또한 미국 예비 아빠들의 경우 파트너가 임신 3기(약 30주)일 때와 아빠가 된 지 7~9개월 뒤에 각각 뇌를 스캔했다.
아빠가 된 양국 남성 모두에게 가장 큰 변화가 주의력, 계획, 실행 등 기능과 깊은 관련 있는 뇌의 바깥층인 피질에서 발생했다. 아빠가 된 남성들의 뇌는 아빠가 되기 전의 뇌와 뚜렷히 달랐다. 뇌의 변화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피질 부분과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의 일부인 영역에서 각각 나타났다. 아빠가 안 된 남성들의 뇌에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에 의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공상, 기억의 회상,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때 활성화될 수 있다. 멍 때리거나 편히 쉴 때 활발해지는 이 네트워크 영역은 공감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엄마가 된 여성의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핵심인 여성 피질 영역에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감정, 위협, 엄마의 보상 처리와 관련된 피질 하부 영역(피질 표면 아래)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것이 엄마와 아빠의 차이라고 말했다.
삭스베 교수는 “아무튼 아빠와 엄마가 모두 뇌 피질에 변화를 보인다"면서 "이는 부모가 되면서 사회적 뇌의 리모델링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만큼 양육에 대한 책임과 부담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아빠가 되는 과정에서 뇌와 호르몬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First-time fathers show longitudinal gray matter cortical volume reductions: evidence from two international samples))는 ≪대뇌 피질 저널(The journal Cerebral Cortex)≫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회가 운영하는 포털 ‘유레카 얼럿(Eurekalert)’이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