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 왜 건강으로 이어질까?

[박문일의 생명여행](35)슬로 라이프의 건강학

느린 삶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들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느리다는 것을 게으르거나 비생산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좋은 느린’과 ‘나쁜 느린’의 차이를 구별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젊은 시절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지내고 있던 필자에게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그렇게 바쁘게만 살지 말고 좀 여유 있게 살아보아라.”

나는 아직도 여유 있는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간혹 아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부모님과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 흠칫 놀라고 있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정작 자기 삶의 모습과 속도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속도감이 점차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속도가 빤히 보이게 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건강한 삶의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그것이 이른바 슬로 라이프(Slow life) 또는 슬로 리빙(Slow living)이 아닌가 한다. 슬로 리빙은 모든 일을 적절한 속도로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일을 더 빨리 하려고 애쓰는 대신 느린 움직임은 일을 더 잘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속도가 늦추어지면, 가장 중요한 일에 적절한 시간을 할애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수 있어 일의 완성도는 더 커진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슬로 리빙에 둘 수 있다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성인병이나 만성질환은 빠르게 생활하는 습관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빨리 먹는 것이다.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면 그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 분비가 빨라지고 그런 습관이 오래가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피로가 쌓여 인슐린을 원활하게 분비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당뇨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슬로 리빙은 자신의 웰빙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으로서 결국 그 사람이 더 잘 살게 하는 삶의 방식이다.

느린 삶은 바쁜 것이 삶의 성공에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한다. 삶을 양과 질의 두가지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느리다는 것은 분명 양보다 질을 위한 삶의 방식이 된다. 한편으로는 느린 사고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삶의 가속 페달을 끄고 성찰과 자기 인식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느린 삶’의 역사는 사실 음식문화에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 이탈리아 로마 중심부에, 미국에서 들어온 대표적인 패스트 푸드(Fast food )의 상징인 ‘맥도날드 햄버거’ 상점이 문을 열자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 등의 활동가 그룹은 지역 음식 전통을 옹호하는 목표인 ‘슬로 푸드(Slow Food) 운동’을 결성했다. 슬로 푸드 운동은 현재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지지자가 있으며 그 전통을 계속 보호하고 생산자를 위한 공정한 급여를 장려하며 양질의 음식을 즐기도록 장려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슬로 푸드 운동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슬로 패션 및 슬로 인테리어와 같은 다양한 파생물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슬로 리빙 운동에 불을 붙였다. 오늘날 느린 여행, 느린 패션, 느린 피트니스, 느린 정원 가꾸기, 느린 인테리어, 느린 디자인, 느린 생각, 느린 뉴스 및 느린 작업은 모두 느린 생활 운동의 추가 파생물의 예이다. 빠른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인류는 현재, 미증유의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시대에 더 많은 사람이 삶의 속도를 늦추고 단순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느린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구글은 2020년에 올려진 동영상들의 제목에 ‘느린 삶’이 포함된 유튜브 동영상이 4배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 동영상 중 일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목가적인 시골 생활을 묘사하지만, 대부분의 비디오 콘텐츠는 의미 있는 취미 또는 자연을 우리 자신과 다시 연결할 수 있게 하는 욕구를 보여줬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이 더 많아졌고 많은 사람이 전례 없이 갑자기 원격 근무로 전환되면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느린 삶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들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느리다는 것을 게으르거나 비생산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좋은 느린’과 ‘나쁜 느린’의 차이를 구별해야 한다. 느린 운동에 관한 유명한 책인 《느린 것이 아름답다(In Praise of Slowness)》의 저자 칼 오너리(Carl Honoré)는 그 차이점으로서 ‘좋은 슬로’는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올바른 속도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감속하는 것이라고 했고, 반면에 ‘나쁜 슬로’는 긴 대기열이나 교통 체증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하였다. 느린 생활 운동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달팽이 속도로 움직이는 느린 기어로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사실 ‘느린 삶’은 우리가 자주 겪는 자동 조종 장치의 상태를 끄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것일 뿐이다. 속도가 늦추어지면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고 각 작업이나 활동에 적절한 시간을 할당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슬로 리빙의 장점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 ‘자기 삶의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세상의 더 많은 존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셋째 ‘주위 사람들과 더 강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 넷째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친환경 운동과도 관련 있다는 것’ 등이다. 결과적으로 슬로 리빙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과 일치하는 보다 의미 있고 의식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선별하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다가오는 주말 연휴(10월 8~10일)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동안 중단되었던 국제 음악 축제가 다시 돌아온다. ‘여유로운 삶의 발견’을 표방하는 음악 축제인 제4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Slow life, Slow Live) 2022’가 3년 만에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정상적으로 개최된다고 한다. 가을을 만끽하며 잔디광장에서 아무렇게나 뒹굴면서 맞게 될 유명 재즈 가수들의 향연에 벌써 몸이 서서히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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