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부리코 수술...대개 보형물 필요 없어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40대 후반 수연 씨(가명)는 시술을 받던 중 지나가듯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 저는 매부리코가 평생 컴플렉스인데요. 뼈를 깎고 보형물을 넣어야 한다길래 무서워서 포기했어요.”
제가 본 수연 씨의 코는 코끝만 살짝 떨어진 ‘가성매부리’ 였습니다. “뼈를 깎고 보형물을 넣는다고요? 코끝만 조금 높이면 돼요. 뼈를 깎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뼈를 안 깎으니 보형물도 필요 없죠.”
콧등이 높고 코끝이 떨어져 보이는 코를 '매부리코'라고 부릅니다.
매부리코 교정을 위해 상담 오시는 분들을 보면 ‘뼈를 깎고 보형물을 넣어야 한다’고 들은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코끝만 살짝 올리면 되는 ‘가성(가짜)매부리’입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평균적인 코 모양의 차이 때문에 서양에선 ‘코를 줄이는 수술(축비술)’이, 동양에선 ‘코를 높이는 수술(융비술)’이 많습니다. 매부리코 수술도 이런 특성을 반영해 이뤄집니다. 서양인의 매부리코 수술은 주로 ‘큰 코를 줄이는 수술’입니다.
반면, 한국인의 매부리코는 대개 코끝이 떨어져서 생깁니다. '코끝이 떨어져 매부리코처럼 보이는 경우'를 ‘가성(가짜) 매부리’로 분류하는 의사들도 많습니다. ‘가성 매부리’는 코끝을 올려주는 것만으로 교정될 수 있습니다.
수연 씨의 코도 이런 ‘가성 매부리’였습니다. 이처럼 한국인의 매부리코 수술에서 뼈를 깎아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몰론 콧대가 높아서 뼈를 함께 깎아야 하는 매부리코도 일부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대개 코끝이 낮은 것이 원인입니다.
결국, 한국인의 매부리코 수술은 코끝을 높이는 것이 본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매부리로 찾아오시는 분들 중 다수는 코끝만 높이면 되는 ‘가성 매부리’입니다. 콧등이 높은 부위에서 ‘절골술’로 콧등을 낮춰주면 됩니다. 한국인의 매부리코에서 보형물을 꼭 써야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현실에선 보형물이 꽤 자주 쓰입니다. 동아시아인의 코수술은 ‘코를 높이는 수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코 수술을 보형물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보형물을 쓰는 코 수술에 일반인에게 너무 익숙합니다. 일종의 ‘관성’ 입니다.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되는 콧대를 깎아서 낮추고, 보형물을 다시 넣어 높이는 웃지못할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보형물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쓰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보형물 수술이 시행되는 배경에는 '보형물로 매끈하게 뻗은 코가 예쁘다’고 느끼는 대중들의 취향이 있습니다.
“보형물 넣어서 매끈하게 쭉 뻗은 코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여전히 자주 뵙습니다. 보형물을 넣어 높게 쭉 뻗은 코가 과연 더 예쁜지는 취향의 문제라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습니다.
(기사 맨 앞 사진) 배우 민효린 씨의 코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꼽은 가장 예쁜 코’로 자주 거론됩니다. 막상 민효린 씨의 코를 보면 생각보다 매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울퉁불퉁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왜 성형외과 의사들이 ‘가장 예쁜 코’라고 꼽는 걸까요? 이런 ‘울퉁불퉁함'이 높고 예쁜 코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