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불치병 아니다”… 조기 관리·투약 강화로 예방 확대

대한치매학회 20주년 기자간담회

대학치매학회 20주년 기자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임재성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양동원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박기형 기획이사(가천대길병원 신경과), 최호진 정책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사진=최지현 기자]
치매는 노년을 맞이하는 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 중에 하나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의 한 설문조사에선 50세 이상 1160명의 88%가 자신이 치매에 걸릴까 봐 두렵다고 답변했다. 기억을 잃어가고 거동이 불편해지며 주변에 의존하는 치매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과 지인이 자연스레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는 과거와 달리 불치병으로 통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 아닌 뇌손상 질환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제 의학계는 치매 증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꾸준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치매학회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치매 극복의 날, 대한치매학회 설립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치매 치료 전환기… “근본적 치료 가능하다”

이날 학회는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 자체가 전환하고 있다면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전(前) 단계인 ‘경도인식장애’에 대한 인식을 정책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아두카누맙’이라는 치매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8년 만에 (조건부) 승인받은 여파다.

기존의 치매 치료제는 치매 증상의 진행 속도를 억제하는 방식에 불과했다면,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치매를 유발하는 유력한 원인으로 뇌 속에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신경반·단백질 덩어리)로 지목하고 이를 항체 치료제로 제거한다는 가설에 기반한다.

대한치매학회 최호진 정책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요한 치료의 전환기를 맞고 있기에 이를 대비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3차 치료와 1차 예방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2차 예방을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치매 치료는 진단 이전에 기존 치료제를 투약(1차 예방)해 증상 진행을 늦추고 이후 운동과 식이요법 등의 생활 관리(3차 치료)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아두카누맙 등장 이후에는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를 통해 뇌의 병리를 가진 환자들의 증상 자체가 발현하지 않게 (2차)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회는 향후 치매 치료 대상과 방법, 검진 방식 등 전반적인 정책과 인프라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의학계에서 아두카누맙의 실질적인 치료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싼 가격과 적은 치료 효과 등 유효성 논란 끝에 개발사(바이오젠·에자이제약)는 임상 투약 중단과 재검토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치매학회 박기형 기획이사(가천대길병원 신경과)는 “치매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돕는 근본적인 치료제의 등장은 학계의 논쟁 여부를 떠나서 수년 내에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학회가 나서 먼저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번 발표를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치매는 노년을 맞이하는 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 중에 하나다. 그러나 의학계는 치매 증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꾸준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前) 단계 치매부터 관리하는 정책 인프라 준비해야

문제는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가 치매 진단 환자가 아닌 전 단계인 ‘경도인식장애’ 환자에게 투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가 진행한 이후에는 아두카누맙과 같은 약조차 소용이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선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정책과 의료 인프라 준비는 물론 대중적 인식 역시 미비한 상태다. 경도인지장애가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으로서 알츠하이머 치매로 악화할 수 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질병분류에선 ‘경도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도 질환으로 분류될 경우 건강보험을 비롯한 의료 지원 규모가 작아진다.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높아지며 진료에 대한 부담감을 높일 뿐 아니라 질병 인식 측면에서 가볍게 다뤄질 개연성이 크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은 “경도인지장애를 명칭상 ‘경도’라곤 하지만 절대 경도가 아니다”며 “하지만 경증 질환이라는 오해 때문에 적절한 진단 검사와 전문 의료진에 의한 추적관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도인식장애의 중증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다 과학적인 분류체계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국내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54만명을 넘어선 상황이지만, 해당 질병에 대한 일반 인식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치매학회와 한국갤럽이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 만 18세 이상의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가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또한 88%는 진단을 위해 별도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고 일부는 치매와의 연관성이 아닌 개별 장애의 일종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대한치매학회는 향후 치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도인식장애 단계에서부터의 의료적 개입과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치매 환자와 가족 모두 치매로 걱정하지 않는 ‘치매친화사회’ 구축을 목표로 △치매 예방 분야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 △민관 합동 치매 관리 체계 구축 △치매 고위험군 고령층 지원 확대 △치매 관련 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최 이사는 “그동안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치매를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는 갖췄지만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치매 환자 관리 수요 대응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향후 민간 영역의 참여 확대를 유도하고 치매 전문가 육성, 치매안심센터의 허브화, 치매 관리 가족 상담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치매학회 20주년 기자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최호진 정책이사(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임재성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양동원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박기형 기획이사(가천대길병원 신경과). [사진=최지현 기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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