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생활고 시달린 모녀, 명절에 벌어진 비극
엄마, 이혼 후 10대 자녀들 홀로 키우며 아르바이트로 생활
추석 연휴 마지막 날(12일) 부산의 한 낡은 주택에서 40대 엄마와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엄마는 지난해 남편과 이혼한 뒤 10대 딸과 아들을 홀로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방에서 잠을 자던 중학생 아들이 쓰러진 모녀를 발견하고 이웃에 도움을 요청,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은 타는 냄새가 나서 문을 여는데, 아이(막내 아들)가 “도와주세요”라며 달려왔다고 말했다. 숨진 모녀의 방에서는 불이 났다 꺼진 흔적이 발견됐다.
엄마는 지난 7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등록했다. 저소득 한부모 가정 지원금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엄마는 7월부터는 주거급여도 받기 시작했다. 저소득 한부모 가정에 미성년자 아이가 있으면 아이 한 명 당 20만 원씩 지급된다.
이들은 엄마가 아르바이트로 조금씩 번 돈으로 힘겹게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여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면서도 타살 가능성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 이웃 주민들은 가족들이 즐거움을 나누는 명절에 벌어진 비극 앞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수원 다세대주택에서 암 투병 중이던 60대 엄마가 희소 난치병 환자인 30대 두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남편과 장남의 잇단 사망 이후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집 안에선 ‘돈이 없어 힘들다’ ‘몸이 아프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 형식의 글도 나왔다. 세 모녀는 특별한 생계 수단 없이 암과 희소 난치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을 해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모녀의 비극 앞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경제적 빈곤과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조직과 시설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지원 체계를 서둘러 손보고 여성 빈곤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가구주 가구에서 두드러지는 생활고 등을 조기에 발견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