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서 손발 묶인 환자가 죽었는데 모두 무죄?
[서상수의 의료&법] 정신질환자의 사망사고 책임
30대 초반 남성 A씨는 충동조절장애로 갑자기 머리로 유리창을 깨거나 벽에 부딪치기도 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 10년 전이었으니까 가능했겠는데, 병원 의사는 보호의무자의 제대로 된 동의도 없이 A 씨를 입원시켰다.
그런데 환자 A는 입원 치료 중에 백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데다가 튀렛증후군으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의지와 상관없이 허공을 향해 욕을 해댔다. 또 흡연, 식욕 등에 대한 충동을 참지 못해 다른 환자들의 음식이나 담배를 훔치거나 빼앗기도 하였으며,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주먹으로 자신을 때리거나 벽에 머리를 박고, 때로는 다른 환자를 자극하여 다투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그러던 중 담배와 먹을 것을 찾기 위하여 다른 병실에 들어가 서랍을 뒤지다가 다른 환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에 A 씨의 주치의 B 박사는 간호사들에게 환자를 격리실에 가두고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간호사와 보호사는 환자 A가 계속 담배와 간식을 달라고 조른다는 이유로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격리실에서 양손과 양발을 묶기까지 했다.
A씨는 격리실에 있으면서 순순히 외진을 따라 나가고 땅콩을 까먹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C 간호사는 1시간 간격으로 격리실 창문을 통해 환자 A의 상태를 확인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환자 A가 묶여 있는 동안 다른 입원환자가 격리실로 들어가 환자 A의 얼굴을 마대자루로 문지르고 목을 조르는 가혹행위가 발생했다. 그래도 의료진은 별 조치 없이 A씨를 격리실에서 손발을 묶은 상태에서 머물게 했다. 게다가 그때가 2월 6일로 혹한기임에도 격리실은 평소 난방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A가 침대 밑에서 상의가 벗겨져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격리실에서 묶여 지낸 지 하루가 지난 뒤였다. 이 사건에서 주치의 B와 간호사 C의 형사책임은 어떻게 될까?
검찰은 주치의 B와 간호사 C에 대하여 감금치사죄로, 주치의 B에 대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감금죄) 및 형법상 감금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우선 환자 A의 사망원인에 관하여 통상적인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경위와는 차이가 있으며,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치의 B 박사와 간호사 C의 관리 소홀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감금치사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비록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제대로 얻지 못한 상태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이 이루어졌다 해도, 입원을 결정하는 것은 주치의가 아닌 정신의료기관의 장이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주치의가 사실과 다르게 입원진단을 하였거나 정신의료기관의 장과 함께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켰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부적법한 입원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법원은 A에 대한 보호 입원 및 격리·강박이 필요한 상태라고 본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주치의 B가 환자 A를 격리·강박한 것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감금)죄 내지 형법상 감금죄에 대하여도 무죄를 선고했고 상고심을 통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3도13569 판결).
그러나 의료상 감금과 신체 강박은 환자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필수적으로 일으키므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부득이한 경우에만 극도로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허용돼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감금과 신체강박은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고, 위 사건도 위법한 감금 내지 폭행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가 무르익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료진이 악전고투하며 숭고한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참으로 감사하다. 그러나 안전사고의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아니하다. 꼭 필요해서 환자 인권을 제한할 때에는 특히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써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환자가 낫고 정상생활로 돌아오기를 두손 모아 기다리는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