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상처를 줄까
우리는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에서 짜증을 가장 많이 내게 되는 상대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형제나 자매간의 다툼, 엄마에게 내는 짜증 등이 바로 이러한 경우다.
미국 조지아리젠츠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이러한 행동을 ‘일상적인 공격성’이라고 칭했다. 상대에게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일상적인 공격성은 지난 1974년부터 과학자들의 꾸준히 연구해온 분야다. .
과학자들은 공격적인 행동이 상대방을 얼마나 다치게 했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를 상처 입히기로 의도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자 했다.
이 대학의 데보라 사우스 리차드슨 교수는 “상대가 얼마나 해를 입었는지의 여부는 중요한 이슈는 아니다”며 “다치게 할 의도가 있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만약 내가 총을 쏘았을 때 총알이 빗나가 상대가 다치지 않았더라도 애초에 다치게 할 의도가 있었다면 공격성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공격성’에 대한 연구는 쉽지 않다. 가해자가 얼마나 의도적으로 행동을 취했는지의 여부를 밝히기 어렵고, 가해자 본인도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했는지의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격성의 유형으로는 ‘직접적인 공격성’과 ‘비직접적인 공격성’이 있다. 직접적인 공격성은 소리치기, 때리기 등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이나 말을 의미한다. 직접적인 공격성은 대체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여기에는 성적인 공격도 포함된다.
비직접적인 공격성은 ‘간접적인 공격성’과 ‘소극적인 공격성’으로 또 다시 나뉜다. 간접적인 공격성은 특정 물건이나 제3자를 통해 우회적인 상처를 주는 것으로 상대가 아끼는 물건을 파괴한다거나 루머를 퍼뜨리는 등의 방식을 말한다.
수동적인 공격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상대의 전화를 무시하거나 생일이나 기념일 등에 참석하지 않는 행동이다. 비직접적인 공격성은 남녀 간에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직접적인 공격성의 상대는 대체로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들이다. 리차드슨 교수는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는 강력한 유대관계에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공격을 해도 관계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이와 같은 관계에서는 오히려 간접적인 공격보다 직접적인 공격이 덜 위험할 수 있다. 형제는 언제나 형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구 사이에는 비직접적인 공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리차드슨 교수는 “간접적 혹은 수동적인 공격성은 부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상처를 받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어’라고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직접적·비직접적인 공격 모두 대체로 서로 잘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다. 리차드 교수는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상대는 대체로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이라며 “우리가 두려움을 느껴야 할 상대는 낯선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격성은 종종 ‘적극적인 자기주장’과 혼동되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기주장은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공격성은 상대를 상처 줄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가하는 것인 만큼 ‘건강하고 건전한 공격성’은 없다.
이 같은 연구는 ‘심리과학최신경향저널(Journal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렸고, 미국 언론매체 허핑턴포스트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