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96세로 서거
즉위 70년 만에 임무 내려놓다.. 영국 최장수 군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8일(현지시간) 서거했다. 향년 96세.
영국 왕실은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즉위 70년 만에 임무를 내려놓은 여왕은 영국 최장수이자 세계 역사상 2번째로 오래 재위한 군주였다. 여왕은 25살에 왕위에 오른 뒤 영국의 군주와 영연방의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 이 자리는 왕위 계승권자인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이어받았다.
여왕은 건강 문제에도 지난 6일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을 영국의 신임 총리로 임명하는 등 마지막까지 역할을 충실히 했다. 다음날 왕실이 여왕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공개한 뒤 찰스 왕세자 등 왕실 직계 가족들이 밸모럴성에 모여들었다.
여왕은 지난해 4월 남편 필립공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급격히 쇠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당시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봉쇄 규정을 지키기 위해 혼자서 외롭게 앉은 모습이 영국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해 10월 병원에 하루 입원한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 왔던 여왕은 올해 2월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건강 악화설이 나오기도 했다. 영국 언론들은 여왕이 코로나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52년 2월 즉위한 여왕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여왕은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나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서 국민의 단결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겸손함과 온화한 미소, 철저한 자기 관리로 70년간 영국과 영연방은 물론 세계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찰스 왕세자 등 세 자녀의 이혼,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사망 등 왕실의 불운도 끊이지 않았다. 여왕은 찰스 3세와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등 3남 1녀를 낳았고, 8명의 손자와 12명의 증손자를 얻었다.
여왕은 지난 1999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영국 군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여왕은 안동에서 생일상을 받고 사과나무를 심었다. 안동 하회마을, 서울 인사동 거리, 이화여대 등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며 전통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