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산이 고령 임산부 등 코로나 감염·사망 위험↑

엽산 처방자, 코로나 감염 확률 1.5배, 사망 확률 2.6배 높아

코로나 위중자의 모습. 과도한 엽산은 코로나에 걸려 숨질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령 임산부, 항발작제 복용자 등에게 처방하는 엽산(비타민B9)이 코로나19 위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캠퍼스(UCD)·앨라배마대 버밍햄 캠퍼스(UAB) 공동 연구팀은 엽산으로 치료받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할 위험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38만 명 이상에 대한 처방 데이터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2만6000명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820명이 사망했다. 연구 결과, 엽산 처방을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1.5배, 사망할 위험이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 저자로 비타민B 전문가인 UCD 랄프 그린 박사는 “코로나 확진 및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처방되는 엽산 안전 상한선의 5배나 되는 많은 양의 엽산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엽산 치료 그룹에서 코로나에 걸려 숨질 위험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방암·백혈병 등 암과 류마티스관절염·크론병 등 자가면역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면역억제제인 메토트렉세이트를 처방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비슷한 코로나 확진 비율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엽산 수치가 낮으면 선천적 결함, 심장병,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 엽산은 겸상적혈구병, 고위험 임신(고령 임산부 등), 항발작제 복용자 등 여러 적응증에 처방된다. 메토트렉세이트를 복용하는 환자 가운데 일부는 엽산 억제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엽산도 복용한다. 연구팀은 지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 결과에 자극받아 엽산 보충제와 코로나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 연구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복제를 위해 숙주의 엽산을 사용했다. 이는 바이러스가 엽산, 메토트렉세이트 같은 엽산 억제제에 모두 민감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UAB 안젤로 가포 부교수(류마티스학)는 “다른 약리학적 요법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엽산 보충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엽산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담당 의사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된 엽산의 안전 상한선은 1mg이므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때까지, 별도의 의학적 지침이 없는 한 과도한 양의 엽산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대상자 구성 문제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유럽의 백인 가계를 가진 4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엽산의 섭취와 엽산 수치가 코로나에 잘 걸리는 감수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완전히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 오픈(BMJ Open)≫에 실렸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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