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어떻게 ‘사냥감’을 찾을까? (연구)
모기는 어떻게 ‘피를 빨 먹잇감’을 찾을까? 만약 사람의 체취를 감지 못하도록 막아도 찾아낼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모기는 사람이 공기 중으로 독특한 체취를 내뿜으면, 이 냄새에 더듬이의 수용체가 자극돼 그 체취를 풍기는 사람을 물게 된다. 모기는 수용체를 없애도 사람을 찾아 물 수 있을까? 모기가 사람을 감지할 수 없도록 더듬이의 수용체가 제거된 상태에서도 사람을 무는지 살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론은? 모기는 그래도 잘 문다. 갈수록 독해져왔다. 모기 게놈에서 냄새를 감지하는 수용체를 제거한 후에도 모기는 여전히 사람을 물 방법을 찾았는데, 모기의 후각 수용체 신경 기능이 진화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록펠러대와 보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모기의 후각 기관에서 언제나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진화돼 왔음을 발견해 유명 과학 저널 ‘셀(Cell)’에 ‘Non-canonical odor coding in the mosquito’라는 제목으로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부분 동물의 경우 하나의 후각 뉴런은 한 종류의 냄새만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사람이 후각 수용체를 하나 잃게 되면, 그 수용체가 있는 모든 뉴런은 그 냄새를 맡는 능력을 잃게 된다. 모기의 경우는 달랐다. 하나의 수용체를 제거하는 건 모기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연구진은 인간의 냄새가 모기 뇌에 어떻게 암호화되는지 조사하던 중 버섯향의 방향물질인 1-옥텐-3-올(1-octen-3-ol)에 의해 자극받은 모기의 뉴런이 모기가 인간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화학물질인 아민(amines, 암모니아의 수소원자를 탄화수소기로 치환한 화합물)에 의해서도 자극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1-옥텐-3-올은 모기와 같이 무는 곤충을 유인하는 화학물질로, 사람의 호흡과 땀에 들어있다.
동물이 냄새를 맡는 방식에 관한 기존의 규칙에 따르면 이는 드문 일이다. 뉴런은 제한된 특이성으로 냄새를 암호화하는데, 1-옥텐-3-올 뉴런은 아민을 감지할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1-옥텐-3-올과 아민 수용체를 통해 인간을 감지하는 모기 뉴런의 공동 발현으로 인해, 일부 수용체가 소실되더라도 인간과 관련된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모기 뇌에서 ‘인간을 감지하는 부분’을 활성화하는 안전장치로 진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단핵 RNA 배열(single-nucleus RNA sequencing)을 이용해 개별 모기의 후각 뉴런이 어떤 다른 수용체를 발현하는지 조사한 결과, 모기 수용체의 공동 발현은 흔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모기는 이런 2개 이상의 수용체 공동발현으로 주위에 사람이 있는 한 언제든 어디서든 어떻게든 ‘먹잇감’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초파리의 뉴런에서 유사한 수용체 공동발현이 보고된 적이 있는 만큼, 후각에 크게 의존하는 곤충이 가진 일반적인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