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두려워만 하시나요?
[윤희경의 마음건강]
“늘 혼자가 될까 두려워요. 사람들은 서로 어울려 재미나게 지내는데 저만 혼자 떨어져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아요. 어릴 때 왕따 경험이 아직도 남아서 누구랑 친해지는 것조차 어려워요. 친해졌다가도 다시 멀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예민해져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택에 대해 의견을 물어볼 때도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고 '나는 다 괜찮다'라고 해요. 그나마 의견을 말할 때도 ‘다른 사람들 반응이 안 좋으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이 앞서요. 그 생각을 하다 보면 이야기의 화제는 벌써 다른 거로 넘어가 있는 경우도 많아요. 그럴 땐 또 내가 제대로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서워요.”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무리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외로움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에게 외면당할까 늘 전전긍긍한다. 다른 이의 시선과 의견을 지나치게 의식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도 서툴다.
이런 사람들은 눈치를 보느라, 실제 대화나 관계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대화의 맥락을 알지 못하니, 제대로 된 의사 소통이 힘들다. 결국 원활한 사회적 교류의 기회마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외로움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외로움이 두렵다면, 우선 자신의 사회 교류가 소원해진 이유가 무엇인지 선후 관계를 따져 살펴봐야 한다. 내가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해서 대인 관계가 줄어들게 된 것인지, 관계적 사회교류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아서 왕따라고 느끼는 것인지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상담을 하다보면 사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
무엇보다 자신이 외롭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많은 이들이 혼자만 외롭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에게 외로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본인이 외롭다는 사실 자체에 지나치게 골몰하다 보면, 오히려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외로움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특히 심리적 고통이 커지면 더욱 그렇다. 심리적 고통은 신체적 고통과 비슷하다. 몸이 아프면 면역 체계가 작동해 몸을 치료하고자 하듯이, 심리적 아픔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외로움을 깊게 느끼면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심리적 고통을 회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라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사회적 교류에 대한 욕구가 살아있다는 의미다. 만약 사회적 교류에 대한 욕구마저 없다면, 외로움을 느낄 이유도 없다.
외로움은 잘못이 아니며, 두려워만 할 것도 아니다. 다만, 외로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본인을 더욱 외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교류의 종류는 무엇인지,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어떤 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외로움이 두렵다고 무작정 사람들의 파도 속으로 뛰어들었다가는 오히려 더 깊은 외로움의 심해(深海)에 가라앉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