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종류 아닌 크기, 통증 경감에 중요 (연구)
생쥐실험에서 주변소음보다 5dB 높은 소리가 고통 덜어줘
주변 소음보다 5데시벨 정도 살짝 중저강도의 소리가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사이언스》에 발표된 중국과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WebMD)’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소리와 신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음악 치료는 수술 후, 진통 중, 출산 후, 그리고 암 치료 중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수십 년간 사용돼 왔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소리의 진통 효과가 심리적인 것이라는 이론도 있다. 즉 소리가 통증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켜주거나 심적 위안을 줘 통증을 덜 느끼게 해준다는 것. 중국 허페이과학기술대와 미국 국립치과·두개안면연구소(NIDCR) 연구진의 새로운 연구는 그런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실제 통증을 덜어주는 신체적 메커니즘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용액을 주입한 뒤 잡음 소리가 도서관이나 조용한 사무실 수준인 45㏈(데시벨) 수준의 조용한 우리에 넣었다. 그 다음 3일간에 걸쳐 하루 20분씩 50~60㏈의 크기로 바흐의 교향곡, 불협화음, 백색소음을 각각 들려주면서 통증을 어떻게 느끼는지 관찰했다.
연구진은 소리의 종류에 상관없이 이들 소리가 생쥐의 고통을 경감시켜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위안위안 케빈 류 NIDCR 연구원에 따르면 “고통스러운 자극에 대한 반사적인 발 빼기와 혐오반응이 줄어 들었다”는 것. 그 효과는 적어도 이틀 동안 지속됐다
특히 잡음대비신호비율(SNR)이 5dB 정도일 경우 통증완화 효과가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배경 소음이 45dB이었으므로 50dB정도의 소리를 들려줬을 때 고통 경감효과가 3분의 1정도까지 줄어들었다. 60dB가 넘으면 이 넘어서면 통증 저감에 도움이 되지 않고, 소리가 커질수록 통증에 더 예민해졌다. 류 연구원은 “고통을 줄이는 데는 소리의 종류가 아니라 상대적 강도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진행하면서 소리를 처리하는 뇌 영역인 쥐의 청각 피질에 주입된 붉은 형광 염료를 추적했다. 그 결과 감각 처리의 중심인 시상 주에서도 체감각시상에서 형광물질을 많이 발견했다. 이는 이 영역과 청각 피질 사이의 연결이 통증 억제에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류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저강도 데시벨의 소리는 청각피질과 체감각시상 사이의 신경신호를 비활성화해 시상이 통증신호를 보내는 것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인간의 뇌가 소리에 노출되었을 때 쥐의 뇌와 같은 작용을 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쥐의 발견은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으며, 따라서 소리가 고통의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있어 퍼즐의 한 조각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다. 류 연구원은 “우리의 연구가 소리로 인한 진통제 분야의 새로운 방향을 열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선 이 분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