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없는 '루푸스', 미토콘드리아 망가지면 심해진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관련 유전자 치료제 개발 청신호
면역세포 속에는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라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노화, 암, 당뇨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도 악화된다.
루푸스는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희귀난치병으로, 국내 환자 수는 2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면역세포가 건강한 조직을 공격해 피부, 관절, 신장, 폐, 뇌 신경 등 전신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 교수, 의생명과학교실 조미라 교수, 박진실 연구교수 연구팀이 최근 동물실험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루푸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미토콘드리아 내막에는 '크립1(CRIF1)'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된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 내막으로 삽입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B 림프구에서 크립1이 결핍된 쥐를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루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그 결과, 나이가 많은 쥐일수록 루푸스의 표적항체인 '혈청 내 항이중가닥 DNA 항체'의 양이 증가했고, 이는 신장 조직 내 염증 악화로 이어졌다. 크립1이 결핍된 B 림프구에서 염증 관련 전사인자의 발현이 증가했는데, 특히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진 '인터루킨 17'과 '인터루킨 6'이 증가했다. 반대로 크립1 유전자 치료를 시행하자 질환이 개선된 변화가 관찰됐다.
루푸스는 소염 진통제, 항말라리아제 등의 항류마티스 약물이나 스테로이드로 치료한다. 폐, 신장 등 중요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강력한 면역조절제를 투여한다. 완치 개념은 없고 완화와 악화가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환자에 따라 증상도 천차말별이다. 그 만큼 진단이 어렵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신장, 뇌 신경계, 폐,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침범할 수 있으니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얼굴에 나비모양의 발진이 생기거나 원인 모를 붉은 반점, 관절통, 피로감, 탈모, 부종, 미열 등이 나타난다면 루푸스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크립1 결핍으로 인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루푸스 발달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차세대 루푸스 치료제 후보는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타깃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류마티스학회 공식저널 ≪관절염과 류미티즘(Arthritis & Rheumatology)≫ 7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