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바닥분수, 아이들 눈병 피부병 위험
여름에는 잔잔하게 고여 있는 호수보다 시원하게 솟구치거나 쏟아지는 물이 더 시원해 보인다. 도심 속에서도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치된 수경시설이 바로 바닥분수다. 어른들은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을 감상할 수 있고 아이들은 직접 물놀이까지 할 수 있다. 공원, 테마파크, 쇼핑몰 광장, 심지어 아파트 단지 내까지 설치된 바닥분수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름 속 풍경이 됐다.
부모들도 바닥분수 물놀이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물놀이를 위해 바다나 계곡처럼 먼 피서지로 여행을 떠날 필요도 없고 아이가 물에 빠져 다치거나 익사할 위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에 빠지거나 물살에 휩쓸릴 위험이 없다고 해서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수경시설 764곳 중 176곳이 비위생적인 수질상태를 보이고 있다.
바닥분수는 계곡물처럼 깨끗한 물이 계속 유입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바깥으로 분출된 물이 재활용되는 형태다. 수영장 물도 위생상태가 깨끗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영장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물에 입수하기 전 샤워시설에서 몸을 씻고 들어가기 때문에 바닥분수보다는 상대적으로 위생상태가 양호하다. 바닥분수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대부분 땀과 노폐물이 엉겨 붙은 옷과 피부를 물에 씻어내는 형태로 물놀이를 즐기기 때문에 물이 오염되기 더욱 쉽다.
또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 아이들은 물의 위생 상태를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놀이 도중 물이 눈에 들어가도 개의치 않고 심지어 삼키기까지 한다. 오염된 물이 눈에 들어가면 감염성 결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물에 있는 각종 병원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바닥분수에서 논 뒤 자꾸 눈이 눈을 비빈다거나 충혈,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결막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부분 항생제 성분이 들어있는 안약을 적절히 사용하면 쉽게 치료되지만 방치하면 각막에 손상을 입거나 영구적인 시력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장균 박테리아가 득실대는 물을 삼킬 경우 미생물이 체내에 들어와 감염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물놀이형 수경시설을 이용한 후 복통, 구토,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마찬가지로 물놀이로 인한 감염병일 가능성이 있다.
수질이 오염된 곳에서 장시간 놀거나 물놀이 후 곧바로 샤워하지 않으면 피부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아이가 물놀이 후 피부를 자꾸 긁는다거나 피부 표면이 울긋불긋해지고 물집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세균과 미생물 감염에 의한 피부병일 수 있으므로 의사와의 상담을 통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병원성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들은 물놀이 당일 곧바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1~2주간의 잠복기를 거친 다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물놀이 후 당분간은 아이의 상태를 주시하는 것이 좋다.
또 어린 자녀가 바닥분수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물을 삼키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수영장처럼 물안경을 착용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놀이 직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도록 하고 귀가한 뒤 곧바로 비누를 이용해 깨끗하게 샤워를 해야 한다. 이미 피부질환을 앓고 있거나 넘어져 까진 상처 등이 있다면 물놀이를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