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아무도 몰랐다... 엄마는 암, 두 딸은 난치병
남편이 남긴 빚 독촉... 전입신고 하지 않아 복지 혜택 못 받아
60대 엄마는 암 투병 중에도 희소 난치병 환자인 30대 두 딸을 돌봐야 했다... 남편과 장남의 잇단 사망 이후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세 모녀의 어려움을 아무도 몰랐다. 하늘로 떠날 때도 세상과 단절된 상태였다.
21일 수원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주인이 “집안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소방당국의 협조로 문을 여니 시신은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다. 이들은 일단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집 안에서는 듬성듬성 쓴 글씨로 ‘돈이 없어 힘들다’ ‘몸이 아프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 형식의 글도 나왔다.
세 모녀는 특별한 생계 수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모두 암과 희소 난치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을 해와 일상생활조차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는 암과 싸우면서도 하루에도 몇 시간씩 경련을 하는 중병 환자인 큰 딸을 돌봐야 했다.
생계에 도움을 주던 남편과 아들이 사망한 후 생활고는 더욱 극심해졌다. 병원비 부담 때문에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해 밀리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집주인에게 “병원비 문제로 월세 납부가 조금 늦어질 수 있으니 죄송하다”는 연락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화성시에서 살 때 남편의 사업 부도로 빚 독촉에 시달리자 수원의 월셋집으로 옮겨 다니며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이 택배 등으로 생계를 도왔지만 3년 전 갑자기 숨지고, 곧이어 남편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소가 확인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어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가 가동되지 않았다. 이웃에게 자신들이 어려움을 알렸다면 월 120만 원 가량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의료비 지원 혜택 등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주민과 교류가 거의 없어 이웃이 어려운 사정을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복지 시스템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