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멸균우유 망설여지는 진짜 이유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수입산 멸균우유를 구입할 기회가 커졌다. ‘수입산 멸균우유’라고 검색하면 폴란드, 호주, 독일산 멸균우유를 찾아볼 수 있다. 우유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이와 함께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정보가 쏟아지고 있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95% 이상은 기업 간 거래로 유통되지만, 많은 소비자가 이를 구입하고 마시는 것처럼 알려진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 수입산 멸균우유 구매 망설여지는 이유 : 원산지, 유통기한, 안전성
국내 우유 소비자 5088명을 대상으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진행한 '우유 섭취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6%(4356명)가 평소 멸균우유가 아닌 일반우유를 섭취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2개 복수응답)로는 응답자의 51.9%가 ‘가공도가 낮아 자연식품에 가깝고 신선해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맛이 좋아서(51.6%) ▲품질 측면에서 믿음이 가서(22.9%) ▲영양이 풍부해서(20.1%) 등이 뒤를 이었다.
일반우유를 선택한 응답자 51.4%는 수입산 멸균우유를 알고 있지만, 이들의 절반 이상은 수입 멸균우유를 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구매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25.6%에 그쳤다. 수입산 멸균우유 구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2개 복수응답)는 ‘원유의 원산지가 수입산이라서(37.4%)’였으며, ▲유통기한이 최대 1년으로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서(36%) ▲생산과정 및 유통과정의 안전성 보장이 안 돼서(32.3%) ▲첨가물에 대한 염려가 들어서(2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5088명 중 국산 멸균우유를 섭취하는 사람은 502명(9.9%)이며 수입산 멸균우유를 소비하는 사람은 230명으로 4.5%에 불과했다. 수입산 멸균우유를 섭취하는 응답자 대부분 인쇄매체나 온라인 기사,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으며, 11번가·G마켓 등 오픈마켓과 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주로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 자주 구입한 제품(2개 복수응답)은 ▲폴란드산 멸균우유(23.9%) ▲독일산 멸균우유(23%) ▲호주산 멸균우유(22.2%) 등이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소비자 대다수가 수입산 멸균우유의 원산지와 안전성, 유통기한에 대해 의구심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수입산 멸균우유 유통기한 긴 이유
수입산 멸균우유 유통기한은 대부분 1년이다. 이와 달리 신선우유의 유통기한은 11~14일이며, 국내 멸균우유 유통기한은 12주다.
똑같이 멸균처리한 우유인데 불구하고 왜 이렇게 유통기한 차이가 나는 걸까?
이에 대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우리나라 멸균우유도 유통기한을 1년으로 설정할 수 있다. 다만 안전성과 품질을 고려해 소비자에게 질 좋은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설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먼 거리에서 장시간 운송되는 만큼 유통기한이 길 수밖에 없다.
우유는 대표적인 신선식품이다. 국내산 우유는 착유 후 최소한의 과정만 거쳐 2~3일내에 유통되는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만 한달 이상이 소요된다. 또한 원유의 등급 및 품질 또한 확인할 수 없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대부분 외식업 사업자, 커피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공급된다. 국산 멸균우유가 120~250ml 소포장으로 판매되는 것과 달리 수입산 멸균우유는 200ml 소포장 제품부터 1ℓ 대용량 제품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매장에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1ℓ 수입산 멸균우유를 선택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신선우유는 착유 후 적정온도로 바로 냉각시키고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선한 원유 상태 그대로 2~3일 내 유통된다. 맛과 신선함은 물론 안전성까지 보장된다.
건국대 동물자원과학과 이홍구 교수는 “국산 우유는 세균수 1A, 체세포 1등급 원유를 사용하고, 원유 검사 부적합률이 0.02%(2021년)로, 품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나 “수입산 멸균우유는 원유등급이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산 우유와 수입산 멸균우유의 정확한 차이를 인식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