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적으로 피로한 까닭은 바로 ‘이것’ 때문

뇌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 축적과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져

정신적 피로감은 뇌 속에 쌓이는 ‘글루타메이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한 뒤 찾아오는 피곤함은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이 뇌 속에 쌓이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대학병원 파리 뇌연구소는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하면 뇌 전전두엽 피질에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가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전두엽은 대뇌 피질 중 전두엽의 앞 부분이며,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는 잠재적 독성을 지닌 대사산물이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대학병원 안토니우스 빌러 박사(심리학)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정신적 피로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신적 피로는 경제적 결정, 직장 관리, 학교 교육, 임상 치료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6시간 여에 걸쳐 인지 작업 5건을 수행한 40명을 조사,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험군(24명)에게는 더 어렵거나 더 까다로운 인지 작업을 하게 하고, 대조군(16명)에게는 더 간단하거나 덜 까다로운 인지 작업을 하게 했다. 이어 자기공명 분광법(MRS)을 이용해 참가자 뇌의 대사 변화를 평가했다. 연구 결과, 더 어렵거나 더 까다로운 인지 작업을 한 참가자들의 전전두엽 피질에 훨씬 더 많은 글루타메이트가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가 높고 도전적인 인지 작업이 몇 시간 동안 계속되면 신경 활동의 잠재적인 독성 부산물에 해당하는 글루타메이트가 전전두엽 피질에 쌓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정신 노동도 육체 노동과 마찬가지로 ‘인지 피로’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빌러 박사는 “글루타메이트가 쌓이면 인지 피로가 발생하면서 각종 결정에 대한 통제력에 변화를 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잠재적인 독성 효과로 인해 지나치게 많아진 글루타메이트를 없애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작업에 필요한 노력을 늘려 피로를 일으킬 수 있다. 인지 조절은 자동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억누르면서 개인이 목표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 과정 또는 정신적 과정이다. 예컨대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정크푸드(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인스턴트식품)를 먹고 싶은 충동을 조절하려면 인지 조절이 필요하다. 인지 피로를 느끼는 동안에는 인지 조절을 유지하는 능력이 뚝 떨어져, 만족감을 즉시 얻을 수 있는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종전 연구에서는 인지 조절이 필요한 작업 중에 뉴런에 의한 글루타메이트 방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뉴런 밖의 지나치게 많은 글루타메이트는 뉴런 사이의 통신을 방해하고 독성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더 어렵거나 더 까다로운 인지 작업을 하는 동안 글루타메이트가 쌓으면 그 수준을 조절해야 한다. 글루타메이트 수준의 조절에는 더 많은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며, 이 때문에 사람은 인지적으로 덜 요구되는 사항을 택하게 할 수 있다. 또 수면 후에는 뇌의 글루타메이트 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잠을 푹 자면 인지 피로가 줄어들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팀은 정신적 피로와 글루타메이트 축적의 관련성을 뛰어넘어 인과성을 입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글루타메이트 수치의 변화가 다른 대사 과정의 부산물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전두엽 대사산물을 모니터링해 분석하면 여러 상황에서 심각한 피로감, 탈진의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임직원의 업무 조절,  과중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거나 경기를 앞둔 운동 선수의 컨디션 관리, 시험을 앞둔 학생 의 학습 강도 조절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A neuro-metabolic account of why daylong cognitive work alters the control of economic decisions)는 국제학술지 ≪Current Biology(현대 생물학)≫에 실렸고 영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뉴스 투데이’가 소개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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