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의심될 땐 어떤 진료과 방문해야 할까?
수두, 매독 등과 피부 양상 비슷...전문의 진료 필수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제프리 토드라는 남성은 최근 뺨에 이상한 혹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여드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올라온 원숭이두창 병변 사진과 그 모습이 매우 흡사했기 때문.
결국 원숭이두창 양성 판정을 받은 토드는 CBS뉴스를 통해 증상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고 전했다. 병변은 팔과 등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심각한 총상을 입은 것처럼 고통스러운 증상들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은 이처럼 피부 병변이 특징적인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새롭고 생소한 질환인 만큼 환자 스스로 감염을 의심하기 쉽지 않다. 제프리처럼 스스로 원숭이두창 감염 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례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병변만 보고 감염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는 "원숭이두창 감염으로 인한 피부 발진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수두나 매독 등에서 보이는 피부 양상과 유사할 수 있다"며 "피부 병변은 시기에 따라서도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인은 쉽게 알기 어렵다. 전문의 진료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의 두드러진 증상은 피부 병변이지만 발열, 두통 등 다른 증상들도 동반될 수 있어 어떤 진료과에 방문해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염 교수는 "일반적인 피부 발진은 피부과 방문이 먼저 추천되지만 원숭이두창은 국내에서 경험해본 적 없는 질환"이라며 "피부과, 내과 의사 모두 경험 부족으로 피부 병변을 보고 원숭이두창으로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과에서 진료를 받든 환자가 해외방문 이력, 원숭이두창 환자나 의심환자와의 접촉력 등 정확한 병력을 의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감염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받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피부과나 내과에 내원해 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숭이두창 유행국가에 다녀온 적이 있거나, 다녀온 사람과 접촉했거나, 원숭이두창 감염자 혹은 의심환자와 밀접한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다면 감염내과, 피부과, 내과 등을 방문해 해당 이력을 밝히고 진료를 받으라는 것. 이러한 이력 없으면서 동반되는 다른 증상 없이 피부 병변만 나타날 땐 다른 피부과 질환일 가능성이 높으니 동네 피부과에 우선적으로 방문하면 된다.
이번 원숭이두창 유행에서의 특징적인 증상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인 아프리카에서 그동안 나타난 증상과 차이가 있다. 염 교수는 "피부 병변이 항문 주변이나 서혜부 주변, 입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발진이 전신으로 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피부 발진이 없을 수 있다는 점, 피부 병변이 한 개 또는 몇 개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기존 원숭이두창 증상과의 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