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시댁... 시어머니의 간병은?

[김용의 핼스앤]

환자, 가족, 간병인 모두가 불만인 현재의 간병 구조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김용의 핼스앤]을 통해 간병 문제를 자주 다루고 있다. 독자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고 간병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 간병은 대부분의 중년, 노년들이 겪을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주무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시지 않은 한 일정 기간 간병이 필요하다. 요양병원 입원은 그 이후의 일이다. 집이나 병원에서 간병을 하다 요양병원-시설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병환 중인 101세 친할머니를 이혼한 고모가 옆집에 살면서 돌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수시로 찾아가 간병하지만 아빠의 불만이 대단합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못 모셔서 여동생(고모)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그 불똥이 매번 엄마한테 갑니다... 참다 못해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101세이신데 나이 든 엄마가 언제까지 며느리 노릇을 해야 되냐고...”

“시어머님을 혼자서 5년 동안 간병했던 생각이 납니다... 너무 힘들었다는 기억 뿐입니다. 부모님 간병은 누가 전담하기보다는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 서로 다 같이 해야 합니다. 부모님 재산은 함께 나누려고 하면서 왜 며느리만 간병을 해야 할까요? 딸, 아들, 며느리, 사위 구별 없이 분담해서 정성껏 돌봐드리면 됩니다.”

“효도는 셀프입니다. 자기 부모, 자기가 섬겨야지 효를 떠넘기면 안 됩니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사랑 받았던 친자식들이 부모님 간병을 하는 게 맞습니다.”

간병 문제를 다룰 때마다 많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주신다. 간병은 나와 직접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겪지 않아도 언젠가는 나에게 닥칠 일이다. 그래서 간병으로 고생한 사람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 같다. 간병 때문에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는 것도 큰 문제다. 시누이, 시이모 등 시댁 사람들이 잔소리만 하고 전혀 돕지 않는다는 며느리의 하소연도 있다. 간병은커녕 비용 한 푼 보태주지 않으면서 어쩌다 들러 “우리 엄마, 요양병원은 보내지 말라”고 쏘아댄다는 것이다.

간병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사회적 이슈가 됐다. 현재 중년들의 편안한 노후를 위협하는 대형 이슈가 될 전망이다. 간병하다 골병이 들고 노후 재산도 날릴 수 있다. 요양병원-시설에 입원한 사람 가운데 치매 환자만 있는 게 아니다. 정신은 멀쩡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환자도 상당수다. 몸의 마비 정도가 심해 시중들 사람이 필요해 입원한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 중 건강 악화로 요양병원-시설에 입원해야 하는 노인은 15%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있다. 85%는 간병과 식사, 주거만 해결되면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고 스스로 집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게 안 되니까 ‘감염취약시설’인 요양병원-시설에 들어가는 것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날 본인도, 가족도 눈물을 흘리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위험한 곳’이 요양병원-시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노인 돌봄에 적지 않은 돈을 쓰면서도 집집마다 간병 문제로 속을 태우고 있다. 간병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대 현안이다. 국회-정부가 간병 관련 이슈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 설치를 검토할만하다. 전담 기구를 마련해 간병 비용과 간병인 문제의 매듭을 풀어 국민들의 시름을 덜어줘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으로 나눠져 있는 재정 구조를 ‘간병’에 한해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등급을 매겨 건강-기능 상태가 나쁜 1~2등급만 ‘요양원-시설’에 입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인 ‘요양병원’ 입원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장기요양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진료비가 나가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은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간호·간병과 함께 식사 등을 해결해 주는 장기요양보험의 추가 서비스를 크게 늘려 거동만 불편한 뇌졸중 환자는 집에서 혼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보호자는 물론 간병인도 불만인 간병비도 조정해야 한다. 중소기업 간부의 월급이 간병비로 다 나갈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올랐다. 간병인 소개업체에서 떼가는 중개료도 간병비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간병인 소개-교육 업무를 시스템화해서 외국인 위주에서 벗어나 내국인도 일할 수 있도록 대우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큰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 10명 가운데 2명만 돌봄 현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이 많을수록 간병의 질이 좋은데도 요양보호사의 장기 근속 비율은 낮았다. 요양보호사 2년차 77.6%에서 10년차는 35.4%로 반토막 수준이다. 간병 일이 힘들고 대우도 박해 숙련된 인력들이 떠나는 것이다. 요양원-시설에서 일하는 경우 집을 방문해 간병하는 요양보호사에 비해 그만 둘 가능성이 3.1배나 됐다. 요양원 대표가 지자체·법인 등 공공기관이 아니라 개인(민간)일 경우도 이탈 위험이 2.3배 높았다. 반면에 나이와 월 보수액이 높을수록 그만 둘 가능성은 낮았다.

요양보호사 뿐 아니라 간병인의 육성과 교육도 양성화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를 낳고 사랑으로 키워주신 우리 부모님이 낯선 외국인 간병인의 곁에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은 너무 서글프다. 나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노인이 노인이 간병하는 ‘노노 간병’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자택 간병-간호-식사 돌봄 시스템이 갖춰지면 자식들의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다. 환자, 가족, 간병인 모두가 불만인 현재의 간병 구조는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지금도 간병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는 우리 이웃의 한숨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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