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쌓인 ‘이것’, 운동장애 위험 높인다 (연구)

과다한 철분 쌓인 고위험자 선별로 파킨슨병 등 조기탐지에 활용해야

혈색소 침착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남성은 운동장애 발생 위험이 1.8배 증가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성 혈색소 침착증은 신체가 철분을 과다 흡수해 간과 심장 질환, 당뇨병과 같은 조직 손상으로 이어진다. 관련 연구가 드물고 내용도 엇갈리지만 기존 연구에서는 혈액-뇌 장벽을 통해 여과되기 때문에 뇌에는 철분이 축적되지 않는다고 시사했다. 혈액-뇌 장벽이란 해로운 물질이 뇌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혈관과 조직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그러나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와 존스홉킨스대 등의 공동 연구팀에 의하면 두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 카피(copy)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서 상당한 철분 축적 증거를 나타낸다. 이 연구 결과는 유전성 혈색소증을 주로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파킨슨병과 같은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위험인자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파킨슨 병은 화학적 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의 손실로 인해 발생한다.

이번의 관찰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높은 위험에 처한 반면, 여성은 그렇지 않았다. 제1저자인 UC 샌디에이고 로버트 러프난 박사는 “성별에 따른 차이는 혈색소 침착증의 다른 2차적 장애와 일치한다”면서 “남성이 여성보다 위험이 더 높은 이유는 여성이 생리, 출산 등 자연적 과정으로 체내 축적된 철분을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836명을 대상으로 MRI 촬영을 실시했다. 이 중 165명은 혈색소 침착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들로서 스캔을 통해 이들의 뇌 운동회로에서 상당한 철분 침전물을 발견했다.

이어 약 50만 명을 대표하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혈색소 침착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남성은 운동장애 발생 위험이 1.80배 증가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혈색소 침착증의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UC 샌디에이고의 교신저자 천 치이 판 교수는 “많은 고위험자들이 자신의 뇌에 철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연구가 혈색소 침착증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의 조기 탐지를 위해 고위험자를 선별하는 것은 더 심각한 결과를 피하기 위한 개입 시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프넌 박사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철분 과잉을 줄일 수 있는 승인된 치료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임상적으로 즉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데이터는 어떻게 철분이 뇌에 축적되고 운동 장애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추가적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는 《JAMA 신경학》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원제는 ‘Association of Genetic Variant Linked to Hemochromatosis With 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Measures of Iron and Movement Disorders’.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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