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팔자 양극화 심해지는 복더위에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33호 (2022-08-01일자)

개 팔자 양극화 심해지는 복더위에

찜통 더위, 가마솥 더위, 불볕 더위…, 코로나19 재유행 탓에 마스크를 써야 해서 더욱 덥지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반구가 불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7, 8월 복더위를 서양에서도 ‘Dog days(개의 날들)’이라고 부르는 것, 잘 아시지요? 그리스 로마 점성술에서 큰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열기와 태양의 열기가 합쳐질 때 무더위가 생긴다고 본 것이 유래라는 게 정설인데, ‘미친 더위’에 개까지 미쳐 사람을 공격하곤 해서 이 이름이 생겼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어 표현에선 땀이 줄줄 흐르는 더위를 ‘개처럼 땀흘리는(Sweating like a dog)’이라고 하는데, 개가 땀을 많이 흘려서가 아니라 ‘돼지처럼 땀흘리는(Sweating like a pig)’에서 파생된 관용구입니다. 허나, 돼지도 땀을 별로 흘리지 않습니다. 무쇠의 영어가 ‘Pig iron’인데, 용광로에서 무쇠를 만들 때 땀을 뻘뻘 흘리는 것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개의 양극화가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선 요즘 같은 한더위에 그 정도도 심해지겠죠? 숱한 멍멍이들은 복달임의 희생양이 될까 사람 눈치 보며 ‘꼬리 내리고’ 있겠지만, ‘개 팔자가 상팔자’를 넘어 애지중지 보살핌을 받는 ‘귀족 댕댕이들’은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맛난 것 먹으며 시원하게 여름 보낼 것이어서….

귀여움 받는 반려견도 주인의 무지 때문에 고생을 하곤 합니다. 옛날에는 아주 드문 일이 생겼을 때 ‘개발에 땀 난다’고 했는데, 개발에는 땀이 없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개는 피부로 땀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더울 때 입을 벌린 채 혀를 내고 학~학~거리고, 불볕더위에 발바닥으로 미량의 땀을 내보냅니다. 요즘 같은 찜통더위에선 살짝 땀 맺힌 발바닥이 뜨거운 아스팔트에 화상을 입곤 하지요. 함께 산책나간 개가 집으로 발길을 돌리면 “나 땀도 못흘리는데 너무 더워요,” “발바닥 뜨거워요” 등의 신호라고 하네요.

개를 사랑하는 것은 대체로 아름답지만, 도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동물이 사람보다 낫다는 주장도 버젓이 통용되지요. 대표적인 예가 “개는 사람과 달리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이에겐 혹시 반려견을 돌볼 때처럼 무조건적 사랑으로 사람을 대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키우거나 도운 사람이 자신의 바람을 이뤄줘야 한다고 당연시하고는,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배신감을 느낍니다. 사랑하고 돕는 데에서만 기쁨을 느끼면 대부분의 개처럼 배신할 일도 없겠지요. 사실, 개도 며칠만 굶기면 주인을 공격하지요? ‘Dog days’란 이름이 이런 데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으니….

불볕더위에 코로나19까지 다시 기승이어서 힘드시겠지만, 반려견에게 베푸듯,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면 불쾌지수 아무리 높아도 짜증낼 일 확 줄겠죠? 평소 그렇게 사는 사람은 한더위도 녹일 수 있는 에어컨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일 텐데,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성주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