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4번째 에이즈 완치자 나왔다"
2011년 이후 4차례 모두 면역력 지닌 골수이식 수술의 산물
역대 4번째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완치자가 나왔다. 29일에서 8월 2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2022 에이즈 회의에서 발표된 사례 연구를 토대로 영국 BBC가 2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행운의 주인공은 1988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판정을 받고 에이즈 증세로 30년 넘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온 올해 66세의 남성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두아르테에 있는 병원의 이름을 따서 ‘희망의 도시’ 환자로 불린 그는 에이즈 치료법으로 완치된 것이 아니다. 63세에 백혈병 판정을 받고 선천적으로 HIV 면역력이 있는 기증자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은 덕이다.
희망의 도시 병원의 의료진은 골수이식 수술 이후 이 환자를 17개월 간 면밀히 관찰했지만 체내 HIV가 더 이상 감지되지 않아 HIV 약물 복용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백혈병에 걸린 남성의 혈액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대체하기 위해 골수이식 수술을 결정했는데 우연히도 골수 제공자가 HIV 면역력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체의 면역 체계를 손상시키는 HIV는 백혈구 표면에 위치한 CCR5라고 불리는 단백질수용체를 통해 백혈구로 침투한다. HIV는 이후 면역세포인 CD4 양성 T림프구를 파괴해 인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각종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에이즈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골수 제공자 같은 소수의 사람은 CCR5 변이를 가지고 있어 HIV 침입을 틀어막을 수 있다.
이 환자는 성명을 통해 “1988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HIV 진단을 받았을 때 사형선고라고 생각했다”면서 “같은 처지의 많은 친구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내게 이런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해봤다”고 감격했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에이즈 완치자가 된 ‘베를린 환자(본명 티모시 레이 브라운인 미국인)’ 이래 지금까지 4명의 완치자는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완치자가 됐다. 특히 최근 3년간 3명의 완치자가 나왔다. 희망의 도시 환자는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오랫동안 HIV 보균자로 살아온 경우다.
그러나 골수 이식을 통한 HIV 치료는 약 3800만 명으로 추정되는 HIV 보균자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에이즈치료법이 될 수 없다. 희망의 도시 환자의 주치의인 자나 딕터 박사는 "골수 이식은 잠재적으로 가볍지 않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복잡한 과정이어서 HIV 환자 대다수에게 적용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에이즈 연구자들은 그보다는 CCR5 출입구를 차단하는 유전자치료법을 잠재적 치료법으로 연구중이다. 국제에이즈협회(IAS) 차기 회장인 호주 맬버른대 샤론 르윈 교수는 “에이즈연구에서 치료법은 여전히 성배로 남아있다“면서 ”이런 개별적 치료사례는 한 줌도 안 되긴 하지만 HIV와 함께 사는 사람들에겐 희망을, 연구자들에겐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