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이용한 이명 치료의 길 열리나?
수면의 질 향상과 이명으로 인한 장애 증상 완화에 효과 보여
시끄러운 매미 울음 소리가 5분만 지속돼도 고통스러운데, 이명환자는 항상 소음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명은 외부의 청각 자극이 없지만 귀에서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소음이다. 전 세계 인구의 10%가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다. 이명이 심하면 집중력이 낮아지고 기분 장애로 이어져 삶의 질을 엉망으로 만들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팀이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치료를 통해 주관적 만성 이명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28일 밝혔다. 논문 주제는 ‘이명에 대한 환자 맞춤형 가상현실 중재의 임상 시험’(A clinical trial of a patient‑customized virtual reality intervention for tinnitus)이다.
최 교수팀은 3개월 이상 만성 주관적 이명 증세를 호소하는 19명의 환자(33-64세)를 대상으로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1-2주의 간격을 두고 침실, 거실, 식당 등 총 4개의 다른 환경으로 구성된 가상현실에서 이명 소리를 내는 아바타를 잡아 지정된 장소로 옮겨 제거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 결과 19명 중 12명이 THI(이명장애지수)가 개선됐고,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PSQI(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도 감소해 가상현실을 통한 이명 치료법이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EEG(뇌파검사)를 통해 프로그램 참여 이전과 비교하여 뇌 특정 부위의 활동 증가를 포착했다. 이는 이명의 원인이 귀를 포함한 뇌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만성 이명 치료를 위한 후속 연구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 교수는 “가상현실(VR)은 실제 환경에서 설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지난 3년간 같이 연구한 박동현 전공의 및 한양대 ERICA 김기범, 김성권 교수와의 공동 연구가 만성 이명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가상현실을 포함한 다양한 치료 방법 개발을 향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