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예방접종 30년 만에 최대 감소"… 왜?
지난해만 2500만 명 어린이, 홍역과 소아마비 예방 접종 놓쳐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전 세계 어린에 대한 백신접종이 30년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아동기금(UNICEF)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DTP3) 백신을 3회 접종한 전 세계 어린이의 비율은 81%로 그 이전에 비해 5%포인트 감소했다. DTP3는 백신 접종 범위의 지표로 간주된다. 어린이들이 DTP3 백신 접종을 놓치면 다른 질환에 대한 백신 접종 타이밍도 차례로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21년 한 해 동안 2500만 명의 어린이가 정기 예방 접종을 놓치는 바람에 홍역 등 걸리지 않아도 되는 질병에 걸렸다고 밝혔다. WHO 대변인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완전히 예방 가능한 질병의 더 많은 발병 사례와 죽음을 보게 될 것”이라고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2011~2019년 전 세계 백신 접종율은 약 85%로 정체돼 있었다. 이 비율은 팬데믹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급락했다. 2021년 동안 DTP 백신접종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어린이 1800만 명 중 가장 많은 수가 인도,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필리핀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고소득국가에서는 백신 접종율이 2019년 95%에서 2021년 94%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WHO 대변인은 “세계적으로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백신 적용 범위가 조금만 줄어도 해당 질병이 어디선가 발병할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백신 접종율 감소로 인해 2030년까지 정기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어린이의 수를 50%까지 줄이겠다는 세계적 차원의 보건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WHO에 따르면 2021년 홍역 백신 접종을 못한 어린이가 2500만 명에 가깝다. 2019년에 비해 500만 명이나 더 늘었다. 그 결과 2022년 1~4월 전 세계적으로 약 5만 명의 홍역 환자가 보고됐다. 또 올해 2월과 5월 아프리카 말라위와 모잠비크는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야생 소아마비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발생했다. 7월 미국 뉴욕에서도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는데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가 나왔던 2013년 이후 9년만이자 자체 발생을 기준으로 삼으면 1979년 이후 43년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훗날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하는 소녀들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WHO에 따르면 소아 예방접종의 감소는 팬데믹 상황에서 기인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백신 공급망의 붕괴, 자원의 전용 및 백신 접종 서비스의 제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 정부가 정기 예방접종 자금 지원을 줄인 경제적 어려움도 있으며 분쟁이나 자연재해가 원인이 된 경우도 있었다.
소아 백신 접종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은 있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정기적인 예방접종 서비스를 강화한 인도 같은 나라가 많아지고 있다. 인도 공중보건재단의 역학자인 기리다 바부는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멈출 수 없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은 특히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어린이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예방접종 캠페인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는 다음 링크(https://www.who.int/news/item/15-07-2022-covid-19-pandemic-fuels-largest-continued-backslide-in-vaccinations-in-three-decades)에서 확인할 수 있다.